미국 금리정책 불확실성, 중국 주식시장 추락 같은 대외 악재가 투자심리를 짓눌러 온 가운데 우리 기업 예상실적까지 기대치를 크게 밑돌면서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는 외국인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30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82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고, 7월 들어 이날까지 누적 순매도 규모를 2조원에 맞먹는 1조9600억원까지 늘렸다.
조선 빅3가 사상 최대 손실을 낼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된 영향이 컸다.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5.96%(450원) 하락한 7100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2분기 3조원을 넘어서는 영업손실을 냈다. 역시 적자를 낸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주가도 각각 4.58%, 0.80% 내렸다.
어닝쇼크 우려는 다른 업종으로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시가총액 대비 영업이익 변화율 지표를 바탕으로, 아직 실적발표를 하지 않은 기업 가운데 어닝쇼크가 우려되는 기업을 꼽았다.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가 같은 분기 말 시총 대비 0.4% 이상 떨어진 종목이 여기에 해당한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런 기업으로 플렉스컴과 토비스, 테스나, 현대상선, 기가레인을 비롯한 37개 종목을 제시했다.
하락률이 0.4%를 넘어서는 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최근 어닝쇼크를 기록했다는 것을 전제로 집계한 것이다. 이런 종목에는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LS, 금호타이어, 한국가스공사, 영원무역처럼 시총 크기가 큰 대형주도 다수 포함돼 있다.
대외 여건 역시 우리 증시에 우호적이지 않다. 당장 미국이 9월이면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미 달러화 강세가 심화되면서 우리를 비롯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긴장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중국 증시 역시 골칫거리다. 29일 반짝 반등했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2% 넘게 하락하며 다시 불안감을 키웠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대장주인 삼성전자(순매도 3487억원)와 SK하이닉스(2984억원), 삼성물산(2726억원) 순으로 많이 팔아치웠다. 그나마 외국인은 같은 기간 현대차(순매수 2762억원)나 현대모비스(2076억원)처럼 실적 개선이 점쳐지는 일부 종목에 대해서만 제한적인 매수에 나섰다.
김진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 변수는 물론 내부적으로도 대형주 실적부진이 겹쳐 경계심리가 커졌다"며 "증시 반등을 점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