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 쟁점인 임금피크제를 위한 취업규칙 변경이 모법(母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 드라이브를 건 ‘취업규칙 변경조건 완화’ 등이 근로기준법에 어긋나는 행정입법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하명 아래 새누리당이 속도전으로 나선 노동시장 개혁이 초반부터 암초에 걸림에 따라 향후 노·정 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0일 국회 입법조사처와 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2016년 1월 1일부로 시행되는 ‘정년연장법’(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법)의 최대 난제는 민간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이다.
고용노동부가 박 대통령의 노동시장 개혁에 발맞춰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 절차’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 임금피크제 등을 시행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국회법 개정안 당시 논란이 된 시행령을 넘어 모법과 충돌하는 ‘행정해석’의 빗장을 풀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정부와 새누리당은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보완하는 것이지 새로운 행정입법인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만드는 게 아니다”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이는 행정지침 수준의 가이드라인으로 각 민간현장에서 강력한 ‘규범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취업규칙 변경이 근로기준법의 강제규정을 무력화하는 지침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부여당이 고용의 유연화를 명분으로 노동시장 개혁을 밀어붙인다면,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도 이를 따를 수밖에 없지 않으냐”며 “이는 취업규칙이 상위법인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상위법에 위배되는 하위법규의 효력은 없다는 ‘상위법 우선’의 법칙을 위배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법·판례 상이, 정부·노동계 취사선택…전문가 “근로자 동의 필요”
문제는 취업규칙의 변경 절차와 관련, 근로기준법과 대법원 판례 사이 ‘샛강’이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임금피크제를 바라보는 정부와 야당·노동계의 기준이 다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야권이 모법 위배 근거로 내세운 것은 근로기준법 제94조다. 동 조항은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 시 근로자 의견 청취는 물론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는 반박 논리로 판례를 앞세웠다. 대법원은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 없이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될 경우 취업규칙 변경이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청년 고용을 위해 추진하는 임그피크제 도입 과정에서 한 취업규칙 변경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에 해당하는지가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추진 중인 일반 해고의 가이드라인 역시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도록 한 모법’에 위배되는 월권이라는 지적이다.
김영진 변호사(법무법인 인화)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임금피크제 도입과 일반 해고의 가이드라인 모두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이다. 이 경우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자 등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 ‘예외’를 인정한 판례는 좁고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