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미국 공화당 마크 메도스(노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이 같은당 1인자인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을 의장직에서 축출하자는 결의안을 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재선 의원의 ‘반란’에 동조하는 세력이 거의 없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메도스 의원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오후 이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전격적으로 발의했다. 그는 결의안에서 “베이너 의장이 하원의원 435명을 건너뛰고 권력 강화와 중앙집권적인 의사결정 방식을 추구했다”며 “이로써 의회의 권한이 위축됐다”고 주장했다.
베이너 의장은 같은날 기자회견에서 메도스 의원의 축출안 제출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며 “나는 의회 다수를 형성하는 공화당 의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메도스 의원은 한 명의 의회의원일 뿐”이라며 “솔직히 표결할 가치도 없다”고 덧붙였다.
미 정가에서는 메도스 의원이 축출 결의안을 낸 것은 미국과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관련 무역법안을 둘러싼 베이너 의장과의 갈등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너 의장은 이 법안의 처리를 위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손을 잡았고, 오바마 정부에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부여하는 법안의 절차투표에서 “뭉쳐야 한다”며 사실상 당론투표를 요구했다. 하지만 당내 보수의원 모임인 프리덤코커스를 이끄는 그는 베이너의 이러한 입장에 반기를 들고 절차투표 당시 반대투표를 했다. 그 보복조치로 지난 6월 자신이 맡고 있던 정부 개혁·감독 소위 위원장에서 쫓겨났다.
메도스가 낸 결의안이 절차를 밟아 처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결의안을 처음 심사할 규칙위원회의 피트 세션스 위원장(텍사스)이 베이너와 가까운 인물이다. 그가 축출 절차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또 현재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란 핵협상 합의 무력화라는 큰 싸움에 뛰어든 상황이다. 많은 공화당 의원들은 베이너를 축출하겠다는 내부 반란은 대오를 분산시킬 우려가 크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피터 킹 의원(공화·뉴욕)은 의회전문매체인 '더 힐'(The Hill)과 한 인터뷰에서 베이너 축출안에 대해 “8월 내내 이란 핵합의에 대해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는데 말도 안 된다”며 “민주당만 돕는 꼴”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