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그리스 의회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유로존 정상회의 때 나온 합의안에 따라 2차 개혁법안을 23일 통과시켰다. 이로써 그리스는 국제 채권단과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를 통해 3년 동안 최대 860억 유로(약 108조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3차 구제금융 협상을 개시할 수 있게 됐다.
BBC,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은 “이날 오전 4시 표결에서 2개 법안이 전체 의원 300명 가운데 230명이 찬성해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반대는 63명, 기권은 5명, 불참은 2명으로 집계됐다.
표결에서 시리자 의원 149명 가운데 강경파인 ‘좌파연대’ 소속 의원 36명이 반대, 기권, 불참 등으로 개혁법안을 지지하지 않았다.
개혁법안에 찬성하지 않은 의원 수는 지난 15일 1차 개혁법안 표결 때 39명보다 3명 줄었다. 지난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던 야니스 바루파키스 전 재무장관은 찬성으로 돌아섰다. 연정 소수당인 독립그리스인당(ANEL)과 보수 성향의 제1야당인 신민주당(ND), 중도 성향의 제3야당 포타미 등은 찬성표를 던졌다.
치프라스 총리는 표결에 앞서 한 연설에서 “우리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냐 채무불이행이냐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했지만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이라며 “그리스의 생존을 위해서는 구조개혁을 시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내용에 동의하지 않지만 개혁 프로그램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타협안을 선택했다”며 “우리는 긴급한 상황에 부닥쳤고 다른 대안이 없으므로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브뤼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그리스와 공식적으로 3차 구제금융 승인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면서 "협상은 다음 달 하순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업부문에 대한 세금인상과 연금 수급 개시연령 상한 법안은 천천히 처리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그리스 정부는 다음달 20일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의회 밖에서는 공산당 계열 노동조합원을 포함해 긴축에 반대하는 시민 1만여 명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은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하게 개혁안 반대를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