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영국 버밍엄대 도서관에서 100년 넘게 방치됐던 이슬람 경전 코란의 일부 문서가 방사성탄소연대측정 결과 세계 최고(最古) 코란 원본인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영국 BBC방송, 인디펜던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버밍엄대 연구진은 “이 코란이 최소 1370년 전에 제작됐다”면서 “코란의 양피지가 예언자 모함마드 생존 시기인 568년부터 645년 사이에 제작됐을 가능성이 95.4%”라고 밝혔다.
기독교와 이슬람교를 가르치는 데이비드 토마스 버밍엄대 교수는 BBC에 “모함마드가 이슬람교를 창시한 610년에서 사망한 632년 사이에 그를 잘 아는 제자가 무함마드의 말을 직접 받아 적은 코란 초안으로 추정된다”며 “이 코란을 쓴 제자는 무함마드를 가까이서 지켜보고 그의 설교를 듣는 등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발견은 코란이 무함마드 시절에 실제로 쓰여서 전해 내려오는 것인지 아닌지를 둘러싼 학계의 오랜 논쟁을 종식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학계에서는 약 1400년 전 무함마드가 알라신으로부터 받은 계시가 구전되다 제3대 칼리프 우스만(644~656 재위)시기에 하나의 코란으로 완성됐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코란이 3대 칼리프 시절보다 제작 시기가 앞서고 현대 코란의 내용과 비슷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구전이 아닌 기록으로 교리가 완성됐을 가능성이 커졌다.
영국국립도서관 큐레이터 무함마드 이사 웨일리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놀라운 발견”이라며 “이슬람교도인들이 크게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자드 리즈비 영국 엑시터대 아랍·이슬람 연구원장도 로이터에 “우리가 알고 있는 코란이 어떻게 이 시대 초창기부터 사용됐고, 어떤 식으로 기록됐는지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밍엄의 이슬람 사원 이맘(이슬람 성직자) 무함마드 아프잘은 “이 코란 문서를 보자마자 기쁨의 눈물이 흘렀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코란은 1920년대 칼데아 가톨릭교회 사제 알폰세 밍가나가 중동 지역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3000점 이상의 문서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교에 따르면 무함마드는 40세 때 동굴에서 명상하던 중 전신 통증과 함께 천사 가브리엘의 환상을 보고 “너는 신의 사자다”라는 음성을 듣는다. 그는 이때부터 예언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알라’ 중심의 유일신교인 이슬람교를 창시한다.
그는 이슬람교 확장을 위해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등을 정복하고 630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에 입성해 카바 신전에 있는 수많은 우상들을 때려 부순다. 무함마드는 동맹 맺기를 원하는 국가들에 이슬람교 신자가 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면서 결국 아라비아 전역을 통일하게 된다. 그러나 632년 6월 열병을 앓다 아내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