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중의원(하원)에서 '집단 자위권'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지난 1947년부터 70년 가까이 유지돼 온 일본 평화헌법의 근간이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개조하려는 한 정치인의 야심에 흔들리고 있다.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은 16일 오후 중의원 본회의에서 자위대법 개정안을 비롯한 11개 안보 관련법 제·개정안을 단독으로 표결, 찬성 다수로 가결했다. 지난해 7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도 평화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헌법 해석을 변경하며 '자위권 행사' 수순밟기에 착수한 이후 1년만이다.
특히 한반도 유사시 미군 후방지원을 상정한 현행 주변사태법을 대체할 중요영향사태법안은 '방치할 경우 일본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태' 때 전세계 어디서나 자위대가 미군 등 외국 군대를 후방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조문을 담았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일본의 동맹국이나 주변국이 공격을 받았을 때 등 일본의 존립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적을 공격할 수 있는 권리다.
이번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일본은 공격을 당하지 않는 한 남을 공격할 수 없는 '방어 국가'에서 '공격 국가'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일본이 유사시 한반도에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자위대를 파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이는 한반도 안보는 물론, 중국을 자극하는 방아쇠가 돼 동북아 정세를 긴장국면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이날 중의원 법안 가결로 아베 정권은 참의원 통과의 최종 관문만 남겨두게 됐다. 집권 자민·공명 연립여당은 이번 정기 국회가 끝나는 9월 27일 전까지 참의원에서 법안을 최종 통과시킬 방침이다. 중의원 475석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325석을 차지하고 있는 연립여당은 참의원에서도 242석 가운데 과반인 134석을 차지하고 있어 법안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헌 논란에 휩싸인 법안을 통과시킨 아베 정권에 대한 야당과 여론의 거센 반발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아베의 지도력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무난할 것으로 보였던 재선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속속 나오고 있다. 지지율 하락도 이미 현실이 되면서 아베는 정치 생명에 최대 위기를 맞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항의 시위는 전국 각지로 확산되고 있다. 극우매체 산케이(産經)신문을 제외한 대표 일간지들은 아베의 이같은 '날치기' 법안 처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국민의 이해가 진행되지 않은 것을 인정한 폭거(暴挙)는 국민 자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