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앞서 SK그룹 C&C와 SK의 합병에 대해서는 민간위원회에 찬성 및 반대 결정을 위임했다"며 "반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선 내부 위원회를 통해 결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 가능성이 컸던 SK그룹에 대해선 일종의 보여주기식 결정을 내린 반면,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벌처 펀드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진 삼성의 경우 내부적으로 의견을 처리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지적이다.
그는 "내부위원회 또는 외부위원회에 결정권을 위임하는 부분에 대해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두 그룹의 사례만 봐도 형평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지난 달 24일 국민연금기금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가 SK C&C와 SK 합병에 대해 반대 결정을 내린 것과 배치되는 것이다.
당시 전문위는 "합병 취지나 목적에 대해선 공감한다"면서도 "합병비율, 자사주소각시점 등을 고려할 때 SK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는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입장과 일치한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1대0.35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국익보다는 회원들의 이익 증대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며 "원칙없이 오락가락하는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방식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이 건과 관련해 특별히 답변드릴 것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내부위원회에서 의사 결정을 하기로 돼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