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운용체계 안 바꾸면 '돼지저금통' 전락

2015-06-0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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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류태웅 기자 = 국내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ㆍ공무원연금ㆍ사학연금이 자산운용체계 전면 개편에 나서지 않는다면 최저 2%대까지 추락한 수익률을 방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 쏠려있는 주식과 채권투자를 해외로 넓히는 것이 당장 대안이 될 수 있다. 대체투자도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전문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되레 손실만 키울 수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1분기 말 현재 국내 주식과 채권에 각각 92조7000억원과 265조7000억원을 투자했다. 전체 투자자산에서 각각 18.9%와 54.3%의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해외주식 및 해외채권 투자가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2.4%와 4.3%에 불과하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도 마찬가지다. 사학연금은 국내 주식 및 채권투자 비중이 58.8%, 공무원연금은 80%가 넘는다.

박영규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채권 이자가 높아 보수적 운용으로도 수익률이 좋았지만, 저금리 시대에는 투자범위를 바꿔야 한다"며 "국내보다는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전문인력 확보도 문제다. 수익률 제고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 독립성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박 교수는 "(연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투자를 결정하는데, 대표성을 중시하다보니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자료를 보면 현재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위원은 보건복지부 장관과 관련 부처 차관 등 당연직 6명, 노사단체 등 가입자단체 대표 12명, 관계 전문가 2명이다. 직접적인 업무를 맡고 있는 전문가는 2명에 불과하다. 민간 금융전문가로 운용위원회를 구성해 투자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대세를 이루고 있는 대체투자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그러나 전문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대체투자는 저금리 시대의 수익률 제고 대안으로 최근 글로벌 연기금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방식이다. 국민연금 역시 지난 2012년 5.2%이던 대체투자 수익률을 지난해 15.3%로 늘렸다.

그러나 한도는 늘렸어도 실적은 그만큼 나오지 못했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대체투자 목표비중은 11.3%였지만 투자비중은 9.9%에 그쳤다. 2014~2018년 중기자산배분안에서는 이 비중을 10% 이상으로 조정했다.

인력 면에서도 다른 나라와 비교가 된다. 현재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인력은 219명으로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의 운용역(400명)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전문인력이 좀더 늘어나야 대체투자의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 측은 "올해에만 69명의 인력 채용을 진행하고 있어 완료되면 운용인력이 300명에 이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제 실적이 운용위원회의 목표를 하회하는 이유는 실무 집행진들에 있다"며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싱가포르나 런던 등 해외 오피스 투자 시 지역 네트워크에 들어갈 수 있도록 현지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운용이 가능하려면 연기금의 독립성이 높아져야 한다. 남재우 연구위원은 "공적연금이라는 이유로 현재 국회나 감사원, 정부 등이 각종 감사를 통해 평가를 많이 한다"며 "이는 손실에 대한 운용역들의 부담을 키워 스스로 투자에 제약을 하게 한다"고 전했다. 규제 역시 보수적인 운용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전 한국금융학회 회장)는 "현재의 시스템으로 무리하게 수익률을 높이려고 하면 그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긴 안목으로 인력을 확충하고 직접투자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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