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21·하이트진로)는 큰 대회에서 강하다. 처음 출전한 대회라도 낯을 가리지 않고 좋은 성적을 낸다.
프로데뷔 후 정규대회 첫 승을 2013년 한국여자오픈에서 올렸고, 지난 5월에는 JLPGA투어 메이저대회에 처음 출전해 우승컵을 안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런데 전인지는 달랐다. 3라운드까지 선두 양희영(26)에게 4타 뒤진 공동 3위였던 그는 최종일 우승경쟁 선수들이 오버파나 이븐파로 주춤한 사이 스코어를 줄여나갔고 15∼17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은 끝에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전인지는 이날 버디 7개와 보기 3개로 데일리 베스트 타이인 4언더파를 쳤다. 그는 4라운드합계 8언더파 272타(68·70·68·66)로 양희영을 1타차로 제치고 세 번째로 출전한 미국LPGA투어 메이저대회에서 첫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는 지난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공동 65위, 올해초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공동 41위를 기록했었다.
전인지는 1998년 박세리가 이 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이후 일곱째 한국인 챔피언이 됐다. 한국 선수들은 박인비(KB금융그룹)가 2008년과 2013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포함, 8개의 US여자오픈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전인지는 또 2008년 만 19세로 우승한 박인비, 1998년 만 20세로 우승한 박세리에 이어 역대 이 대회 셋째로 어린 나이에 우승한 선수가 됐다.
미국LPGA투어 정식 멤버가 아닌 한국 선수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11년 유소연(하나금융그룹)에 이어 그가 둘째다. 또 1956년 케이시 코넬리우스, 2005년 김주연에 이어 대회사상 셋째로 US여자오픈에 처음 출전해 우승하는 기록도 세웠다.
전인지는 올 시즌 3승을 포함해 국내에서 7승을 거뒀다. 지난 5월 JLPGA투어 살롱파스컵과 US여자오픈 우승까지 합하면 국내외 통산 9승째를 올렸다. 이번 대회 우승상금은 81만달러(약 9억1700만원)다. 그가 올시즌 국내외에서 번 상금은 17억3000만여원에 달한다.
최종일 중반까지 우승경쟁은 전인지와 양희영,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의 3파전이었다. 전인지는 12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고 선두에 1타차로 접근,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전인지는 15번홀(파4)에서 2.7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 단독 선두로 나섰고 16번홀(파4)과 17번홀(파3)에서 잇따라 버디를 잡아 이변을 예고했다.
루이스가 15번홀에서 더블보기를 하며 우승권에서 멀어지자 양희영이 16번홀에서 반격을 시작했다. 길이 235야드의 짧은 파4인 그 홀에서 양희영은 티샷을 그린에 올린 뒤 이글을 잡았다. 17번홀에서도 버디를 잡은 양희영은 전인지를 1타차로 추격하며 재역전 기회를 노렸다.
전인지가 18번홀(길이 421야드)에서 티샷을 러프에 빠뜨린 끝에 보기로 홀아웃하자 양희영에게 기회가 오는 듯했다. 그러나 양희영도 전인지와 똑같은 실수를 하며 보기를 적어내 연장 일보전에서 승부가 가름났다.
전인지는 “시즌 초 미LPGA투어 네 대회에 나간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며 “모든 순간이 새로웠고 즐기려고 노력했다. 3주 후 열리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도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인비와 루이스는 합계 5언더파 275타로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유소연은 합계 3언더파 277타로 공동 5위, 왼 다리 부상으로 고전한 ‘디펜딩 챔피언’ 미셸 위(나이키)는 2언더파 278타로 11위, 세계랭킹 2위 리디아 고(고보경)는 1언더파 279타 공동 12위를 차지했다. KLPGA투어프로 이정민(비씨카드)은 5오버파 285타로 공동 35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