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붉은 색 일색이었던 중국 증시 전광판은 최근 푸른색 일색이다. 투자자들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뒷걸음을 치고 중국 당국은 언제터질지 모르는 중국 증시 '시한폭탄' 제거에 여념이 없다.
8일 상하이종합지수 3500선까지 주저앉자 인민은행과 증감회는 또 다시 부양책을 내놓으며 중국 증시 살리기에 총력전이다. 하지만 중국 증시 부양책은 쏟아지는데 증시의 내리막길도 계속되면서 중국 실물경제 위기, 심지어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파도가 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민은행의 지원을 바탕으로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이하 증감회)도 또 부양책을 내걸었다. 증감회 대변인은 "8일 주식저당방식으로 21개 증권사에 2600억 위안의 신용을 제공했고 해당 자금은 증권사 자체주식 보유분 확대에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거품 붕괴 공포에 따라 냉각된 투자심리를 살려보겠다는 의도다.
증감회는 또 이날 오후 공식 홍페이지를 통해 상장사 지분 5% 이상 소유 대주주와 이사, 감사, 고위급 관리 및 임원의 6개월내 지분 매도를 금지시키고 대신 증자와 지분매입을 적극 권장하는 방안을 내놨다.
최근 10거래일 연속 주가가 하락해 누적 낙폭이 30% 이상 기업 대주주 등 임원의 지분 축소도 금지됐다. 기간내 지분을 줄일 경우 위반 후 6개월내 지분 처분을 완전히 불허한다는 방침이다. 대주주 증자는 주식발행이 아닌 오로지 증시 주식매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증시에 투자하라는 '메시지'인 것이다.
하지만 추가 부양책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지난 한 주간 당국이 무더기 부양책을 쏟아냈지만 중국 증시는 고꾸라졌다. 정책 약발이 얼어붙은 시장을 전혀 녹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이번에는 과연 '먹힐지' 관망이 필요하다.
중국 밖에서는 금융시장의 '개혁'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막무가내로 유동성을 공급, 거품을 키운 것이 현재 중국 증시 위기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유동성 공급이 거품 위에 거품을 키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리한 유동성 공급은 중국 실물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고 그 근거로 지난달 말 기준 2조 위안(약 384조원)을 넘어선 '신용거래'가 언급됐다. 빚을 내 증시에 뛰어든 개미투자자들이 증시 급락에 '파산'하면 소비는 더욱 위축되고 중국 성장률 둔화도 심화될 수 있다. 지난 1분기 중국 성장률은 간신히 7%를 사수했으며 2분기 성장률은 이를 밑도는 6.8~6.9%로 예상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기로 언급되는 그리스보다 중국 증시의 날개없는 추락이 더 위험하다고 꼬집없다. 지난달 최고점을 찍은 중국 증시가 한 달여 만에 30% 이상 급락하면서 시총 약 3600조원이 증발됐다. 이는 그리스 국내총생산(GDP) 10배를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글로벌 시장 타격도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CNN은 중국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나라가 미국이라는 점을 우려했다. 최근 "빌 그로스 등 월가 큰손들이 중국을 그리스, 푸에르토리코 등과 함께 하반기 주요 리스크로 언급했다"면서 중국 증시 붕괴가 하반기 글로벌 시장을 위협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