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 역사 속 공주들은 훌륭한 일을 성취하기도 하고 끔찍한 일을 저지르기도 했다.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멍청한 실수를 하고, 엉뚱한 사람을 사랑하고 너무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또는 사랑을 못 하기도 했다. 이 공주들은 거짓말을 하고 살인을 하고 섹스를 무기로 사용하고 권력을 위해 남장을 했다. 때로는 진흙탕 싸움, 혹은 피비린내 나는 싸움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지저분한 일도 자기 손으로 직접 처리했다.
이 여성들은 살아 숨 쉬는 진짜 인간이었으나 이들을 정의한 ‘공주’라는 단어와 그 안에 함축된 의미들은 그들의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덮어버렸다
공주로 산다는 건 여러 가지 로맨틱한 판타지가 펼쳐지는 일이다. 사고 싶은 건 뭐든지 살 수 있는 돈은 당연히 주어질 테고, 으리으리한 집에서 화려하게 생활하며, 보통 사람들에겐 없는 정당한 특권도 부여받는다. 돈 많고 잘생긴 왕자님은 그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요소다. 이런 판타지는 어릴 적부터 접해온 동화책들과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통해 더욱 확고해진다. 그런데 이 땅에 살았던 실제 공주들의 삶은 어떨까.
‘무서운 공주들’은 실제 공주들 중에서도 지나칠 정도로 비범한 인생을 살았던 동서고금의 공주들 서른 명을 다룬다. 수천 명을 학살했던 키예프의 올가, 나치의 스파이로 활동했던 스테파니 폰 호엔로헤, 피부 관리를 위해 생고기 마스크팩을 했다는 오스트리아의 엘리자베트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서른 명은 동화책에는 결코 나오지 않을 공주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동화책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무섭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484쪽 | 1만 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