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손님’ 김광태 감독, 한국형 ‘팀 버튼’이 나타났다

2015-07-0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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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손님'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독일 하멜른에서 내려오는 전설을 바탕으로 한 그림형제의 동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의 줄거리는 이렇다.

하멜른에는 쥐가 하도 많아 마을사람들이 생활이 어려울 정도였다. 음식도 훔쳐먹고 사람들을 공격해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시장은 시민들의 항의를 매일 받고 있었다. 어느 날 초췌한 차림의 악사가 하멜른을 찾아왔고, 그는 시장에게 쥐들을 업애줄테니 금화 천냥을 달라고 요구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시장은 이를 받아들였고 피리 부는 사나이는 쥐들을 강물에 빠뜨려 죽인다.

일이 해결된 이후 시장은 돌변한다. 돈의 일부만 주면서 마을에서 내쫓았다. 피리 부는 사나이는 분노했고 후에 다시 나타나 피리로 아이들을 끌고 외딴 동굴로 들어갔다.

판타지 호러 ‘손님’(감독 김광태·제작 유비유필름·공동제작 웃는얼굴)은 ‘피리 부는 사나이’를 원작으로 한다. 스스로 장르를 판타지 호러라고 한만큼 약속은 꼭 지켜야한다는 교훈을 주는 동화와는 분위기가 180도 다르다. 이번이 데뷔작인 김광태 감독은 ‘피리 부는 사나이’를,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완벽하게 ‘한국화’시켰다.

‘손님’은 1950년대 지도에도 없는 산골 마을이 주 무대다. 마을을 입구는 막혀있었다. 아직도 한국전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믿고있는 마을 사람들은 촌장(이성민)의 말 한마디면 껌벅 죽는다. 그러던 어느 날 이방인인 악사 우룡(류승룡)과 아들 영남(구승현)이 찾아온다.

폐병을 앓고 있는 아들의 치료를 위해 서울로 향하던 우룡은 비바람으로 인해 마을의 입구가 나타나자 발걸음을 옮긴다. 양담배 ‘럭키스트라이크’를 건네며 하룻밤 묵기를 청하고, 촌장은 이를 허락한다.
 

[사진=영화 '손님' 스틸컷]

늦은 저녁 대변을 보다 앞에 나타난 쥐의 꼬리는 뱀과 흡사할 정도로 거대했다. 이상하리만치 외부인에게 냉대하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고자 우룡은 “지가 처리할 수 있슈”라면서 호언장담한다. 촌장은 소한마리값을 내놓겠다고 하자 우룡은 “돼지 한 마리 값이면 됩니다유”라면서 웃는다.

며칠에 걸쳐 쥐들이 좋아하는 가루를 마을 곳곳에 뿌려두고, 마을을 향해 쥐가 싫어하는 가루를 태워 연기로 날린다. 쥐들이 싫어하는 그 향은 사람이 맡으면 잠에 취해버리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촌장은 촌장대로 마을의 만신(무당)으로 추대된 미숙(천우희)에게 굿을 하라고 지시한다.

우룡의 피리 소리에 쥐들은 하나 둘씩 튀어나와 마을 외곽에 있는 동굴로 향한다. 영남과 함께 쥐들을 동굴로 유도한 뒤 커다란 바위로 입구를 막아버린 우룡은 마을을 방문한 당시 첫 눈에 반한 미숙에게 함께 서울로 향하자고 청한다. 미숙은 알겠다면서 “촌장에게 돈을 받을 생각하지 말고 새벽에 바로 떠나자”고 하지만 우룡은 후일을 생각해 돈을 받기로 한다.

본색을 드러낸 촌장과 바보스럽지만 우직한 아들 남수(이준)는 우룡을 간첩으로 몰아간다.

팀 버튼 감독은 자신만의 색깔이 확실한 영화인이다. 1990년 국내에서 개봉된 ‘배트맨’ 당시 제작사는 너무 어두운 배트맨의 모습에 우려를 표했지만 결국 흥행에 성공시키기도 했다. 이후 ‘비틀쥬스’ ‘가위손’ ‘화성 침공’ ‘슬리피 할로우’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을 연출하며 대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손님’의 김광태 감독 역시 ‘피리 부는 사나이’를 그로테스크하게 그려냈다. 류승룡, 이성민, 천우희, 이준, 아역 구승현까지 배우들의 호연이 바탕이 됐겠지만 연출이 물 흐르듯 매끄럽다. “좌시하지 않겠네”라는 대사에 “입 ‘좌’ 조심 ‘시’ 입조심하라는 말이야”라고 말하는 등 섬뜩한 마을의 분위기에 웃음 포인트도 빼먹지 않았다.

연출, 연기, 시나리오 등 삼박자가 맞았지만 흥행은 별개다. 매우 공포스러운 분장, 떼로 등장하는 쥐들, 어색한 CG 등은 감점이 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김광태 감독이 차기작은 무엇이 될지 궁금하다. 어떤 행보를 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팀 버튼’이라는 평가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섬뜩한 장면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15세 이상 관람가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오는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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