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민투표 찬성→총선→정권교체→합의’ 시나리오 가능할까

2015-06-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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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디폴트 선언 전에 ‘4개 관문’ 통과해야 디폴트·그렉시트 피할 수 있어”

알렉시스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28일(현지시간) 저녁 TV를 통해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은행 영업중단과 예금인출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사진= 로이터 뉴스 화면 캡처]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그리스가 코 앞으로 닥친 디폴트(채무 불이행)과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위기를 피할 수 있을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리스의 이같은 파국을 막기 위한 유력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 국민투표에서 찬성 승리 ▲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 사임 및 조기총선 실시 ▲ 총선에서 합의 찬성파로 정권 교체 ▲ 채권단과 합의 도출 등의 4단계가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어느 한 단계라도 어긋나거나 지체된다면 그리스는 디폴트-그렉시트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29일(현지시간) 강조했다.

오는 5일 실시되는 국민투표가 첫번재 관문이자 그리스 사태의 최대 분수령으로 여겨진다.  외신들은 현재 여론 흐름상 찬성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 24∼26일 카파 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 채권단의 협상안에 찬성 의견이 47.2%로 반대 의견(33.0%)을 앞질렀다. 또 응답자의 67.8%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잔류를 원한다고 답했으며, 그렉시트를 바란다는 응답자는 25.2%에 그쳤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도 지난 27일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장을 떠나며 “국민이 정부의 (반대) 조언에 반해 (찬성) 투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물론 여기서 반대 결과가 나오면 디폴트-그렉시트는 사실상 불가피하다.

투표 결과 ‘찬성’으로 나올 경우, 현 내각이 사퇴하고 총선을 실시해 새 내각이 꾸려지는 두번째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국민투표 찬성은 합의안에 대해 명백한 거부 입장을 보인 알렉시스 치프라스 내각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임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치프라스 총리는 내각 해산 및 조기총선 실시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고 FT는 지적했다.

그리스 위기 정보사이트 ‘그릭크라이시스닷넷’(GreekCrisis.net) 운영자인 아리스티데스 하치스 아테네대 법대 교수도 FT 기고문에서 국민투표 찬성은 “치프라스 총리에게 큰 패배이므로 사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건은 치프라스 총리의 사임 이후 누가 정권을 잡을지 여부다. 국제 채권단의 협상안에 찬성하는 세력으로 정권이 교체될지 여부가 세번째 관문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그리스 국민 다수는 유로존 잔류를 희망하면서도 가혹한 긴축조치의 고통 때문에 긴축 반대를 내건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권을 지지해왔다. 그러나 이미 협상을 거부한 바 있는 시리자 정권이 재집권하면 채권단과 재협상 타결에 이를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이미 국민투표에서 사실상 불신임 결정을 받은 시리자가 다시 승리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또 29일 시작된 은행 영업중단과 예금인출 제한 조치도 국민 여론에 영향을 미칠 중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앞선 3가지 단계를 모두 지나 ‘찬성파’에 속하는 새 정권이 들어선다면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어 재협상 및 합의 도출은 상대적으로 쉽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그리스 경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지원하는 긴급유동성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위태로운 상태다. 이 때문에 앞선 일련의 단계들을 그리스의 디폴트가 현실화되기 이전에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ECB에 대한 채무 35억 유로(약 4조4000억원) 상환 만기인 내달 20일까지 구제금융을 받지 못해 상환에 실패하면 ECB는 그리스에 긴급유동성 지원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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