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커창 중국 총리(왼쪽)와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이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갖기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브뤼셀 = 신화통신]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이 유럽연합(EU)과의 경제 밀착행보 속도전에 돌입했다. 유럽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자국 기업의 경쟁력 및 유럽시장 진출 판로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미국 주도의 글로벌 경제블록 구축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17차 중국-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공동의장으로 참석해 양측간 무역 협정의 조속한 체결을 촉구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다.
이어 그는 "보호무역주의를 없애고 아시아와 유럽 간의 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해 중국과 유럽 양측 간 자유무역지대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중국이 EU와의 경제관계 강화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최근 경제성장 둔화와 함께 약화된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양측 무역협정은 유럽 기업과의 인수합병(M&A) 및 대유럽 투자 판로 확대에 도움을 주게 되고, 이는 자국기업의 정보기술 강화 및 브랜드 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미국이 대규모 무역협정 체결을 통한 중국 견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 또한 중국의 대유럽 밀착행보를 부추기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29일 무역협상촉진권한(TPA) 부여 법안과 무역조정지원제도(TAA) 법안에 서명을 완료하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최종 타결 초읽기에 돌입했다. 일본 등 10개국이 참여하는 TPP가 체결될 경우 EU와의 무역협정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도 추진력을 얻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형대국관계 구축에 나선 중국에 위협이 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리 총리는 "중국도 TPP에 열려있다"는 말로 TPP 가입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EU 또한 중국과의 관계 강화 행보에 동참하듯 최근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을 중국에 대해 회유적 입장을 지닌 인물로 교체했다. 카렐 드 구트 전 EU 집행위원 하에서 중국과 EU는 다소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는 중국 태양광 덤핑 조사,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와 ZTE에 대한 정부 불법 보조금 관련 기소를 주도해왔다. 반면 세실리아 말름스트롬 현 위원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안에서 '시장 경제'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온건파로 알려져있다.
한편, 리 총리는 이날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과의 회담에서 "중국은 항상 유럽 국가 채권을 장기 보유하는 책임 있는 채권자가 될 것"이라 강조하며 본격적인 유럽 구애작전에 나섰다. 또 중국은 벨기에와 180억 유로 규모 이상의 경제협력 협정을 체결하며 유럽과의 관계 강화 행보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