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2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수습을 위해 여·야·정 고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또한 초기 대응에 실패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메르스·가뭄·민생고 해결을 위한 ‘세출증액’ 추가경정(추경) 예산 편성을 촉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제1야당이 제안한 여·야·정 고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정략적 형태’로 규정하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맞춤형 추경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전향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메르스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양측의 기싸움이 장기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특별성명을 내고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이미 실패했고, 정부의 신뢰는 땅에 떨어져 더 이상 정상적인 수습이 어렵다”며 정부와 여·야가 함께하는 여·야·정 비상대책회의 소집을 촉구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가 메르스 사태 해결의 출발점”이라며 “무능과 혼선만을 드러낸 장관과 보건 당국은 사태가 수습되고 나면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메르스 정국에서 박 대통령의 책임론을 극대화한 뒤 선제적으로 ‘여·야·정 회의체’ 구성을 제안, 국면전환을 통해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문 대표는 “(메르스 사태는) 세월호 참사에 이어 정부의 무능이 낳은 참사”라며 “‘메르스 슈퍼 전파자’는 다름 아닌 정부 자신으로, 정부의 불통·무능·무책임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태롭게 했고 민생경제를 추락시켰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문 대표는 ‘메르스·가뭄 맞춤형 추경’ 편성을 제안한 뒤 네 가지 원칙과 방향으로 △예비비와 재해대책비 등 가용한 재원의 선행 △정부의 무능 보전용인 ‘세입보전 추경’이 아닌 메르스와 가뭄, 민생고 해결을 위한 ‘세출증액 추경’ △‘법인세 정상화’ 등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한 세입확충 방안 동시 마련 △소상공인, 중소기업 지원과 청년일자리 집중 등을 제시했다.
◆野, 맞춤형 추경으로 방향 선회…왜?
‘슈퍼추경’과 ‘맞춤형 추경’ 편성의 갈림길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제1야당이 후자 쪽으로 선회한 셈이다. 이는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 실패가 추경 편성의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메르스 사태만이 추경 편성의 요인으로 작용하는 데 대한 반감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의 실패가 메르스에 가려지는 효과를 거두겠다는 의미다.
올 하반기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야권이 ‘슈퍼추경’을 밀어붙일 경우 국가부채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짊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맞춤형 추경’으로 선회하는 데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추경 편성을 한다는 것은 결국 국채 발행을 의미한다”며 “결국 금리 상승의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추경 예산 편성→국채 발행→이자율 상승’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즉각 문 대표의 여·야·정 고위비상대책회의 제안에 대해 “이미 메르스 특위가 활동 중”이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권은희 대변인도 박 대통령의 사과 촉구 등과 관련해 “국가적인 비상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전형적인 구태정치”라고 날을 세웠다. 이종훈 원내대변인은 추경 예산 편성에 대해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정부의 추경 제안이 있으면 국회 예결위원회에서 신속하게 검토·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