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한국거래소가 유동성 공급자인 시장조성자(마켓메이커)를 모든 파생상품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2014년 9월 주식선물에 도입한 마켓메이커 제도를 파생상품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를 마쳤다"며 "이미 주식선물은 시장조성자를 통해 거래량(유동성)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이를 통해 한때 세계 1위로 올라섰다가 10위권 밖으로 추락한 우리 파생상품시장 위상을 다시 끌어올린다는 생각이다.
마켓메이커는 거래소와 계약한 회원(증권사)으로 시장조성상품에 대해 의무적으로 호가를 내야 한다. 주식옵션 같은 경우 대우증권 및 신영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이 마켓메이커로 참여해왔고, 최근 메리츠종금증권과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신한금융투자가 추가됐다.
그동안 시장조성자 제도는 국채나 달러, 돈육, 금선물처럼 상장 초기 시장 유동성이 적은 상품에만 활용됐다. 이마저도 호가제출 의무가 느슨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거래소는 2014년 9월 15일 시장조성자 제도를 확대 개편했다. 단방향 호가의무는 매도와 매수호가를 같이 내는 양방향으로 강화했다. 호가 간격(스프레드)이나 의무시간도 더 엄격해졌다.
주식선물은 3단계(틱) 이내로 매수·매도 호가를 내야 한다. 예를 들어 매수호가가 1만원에 형성되고 한틱이 100원이라면 1만300원 이내로 매도 주문을 내도록 한 것이다. 호가 스프레드를 촘촘하게 만들어 시장가격을 쉽게 형성하겠다는 취지다.
거래소는 마켓메이커에 대해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수수료 수입 배분이나 연계 인센티브 같은 추가 보상책도 내놓았다. 증권거래세 면제도 올해 들어 이뤄졌다. 마켓메이커는 시장조성 활동에 따른 거래와 청산, 결제 수수료뿐 아니라 연계상품에서 발생한 비용도 일부 환급을 받는다.
이런 당근책은 실제 거래량 증가로 이어졌다. 시장조성자가 체결한 주식선물 거래량은 2014년 9월 15일부터 같은 해 말까지 하루 평균 5만697계약에 머물렀으나, 올해 5월 기준 9만8807계약으로 약 95% 늘었다. 전체 거래량도 마찬가지다. 주식선물 거래량은 같은 기간 일평균 84만1536계약에서 132만7404계약으로 60% 가까이 증가했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마켓메이커를 모든 파생상품에 확대 적용하는 것은 독자적으로도 가능하지만, 금융당국과 긴밀히 논의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