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원장 김해숙)은 오는 9월 18~ 19일 프랑스 국립샤이오극장(Théàtre National de Chaillot)의 장 빌라르 극장(Salle Jean Vilar, 1,250석)에서 2015-2016 시즌 개막작으로 '종묘제례악'을 선보인다.
이 행사는 내년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오는 9월부터 내년 말까지 한국과 프랑스에서 각각 진행되는 '한불 상호 교류의 해' 행사 개막공연이자 국립샤이오극장의 2015-2016 시즌 개막작으로 선정된데 따른 것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이자 유네스코 등재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인 '종묘제례악'은 조선시대 왕실의 품격 있는 악(樂), 가(歌), 무(舞)를 하나로 엮은 종합 예술로서 한국 궁중 문화의 총체적인 역량이 모두 담겨있는 최고의 공연 작품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동안 <종묘제례악>의 전장을 해외에서 공연한 것은 2000년 일본과 2007년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총 40여명의 연주단이 참여해 간이 공연 형태로 선보인 바 있다.
이날 최준호 한불 상호교류의 해 조직위원회 예술감독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고,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최고의 걸작이자, 한 나라의 음악이 이토록 오랫동안 유지·전승된 경우가 희귀하다는 점에서 종묘제례악이 개막작으로서 부족함이 없다는 데 양국 조직위가 동의했다"고 개막작 선정 배경을 밝혔다.
프랑스 국립샤이오극장은 1937년 개관한 극장으로 오페라가르니에(Opéra Garnier)와 더불어 유럽 최고의 무용 공연장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1938년 6월 무용가 ‘최승희’의 ‘Farewell' 공연으로 우리와 첫 인연을 맺었으며 당시 피카소, 마티스 등이 함께 관람하기도 했다.
이번 프랑스 국립샤이오극장의 시즌 개막 공연작으로 선정된 '종묘제례악'은 동시에 2015-2016 한-불 상호 교류의 해 사업의 개막공연 역할도 하게된다.
최 예술감독은 "세계 문화가 모이는 파리 극장의 시즌 프로그램으로 들어갔다는 것은 종묘제례악이 전 세계로 소개되고 각국 문화 애호가들을 만나는 계기가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파리에 진출하는 '종묘제례악'은 장엄하고 화려한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무대 공연 예술’로서의 가치와 감동을 높이고 현지 관객의 이해를 돕는 데 주력한다.
김해숙 국립국악원장은 "종묘제례악 전곡을 올리는 것은 우리 음악사에도 역사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크게는 한국전통예술의 정수를 유럽 심장부에 던져 국가와 문화의 위상과 격을 높인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종묘제례악은 제례 현장에서 연주하는 음악이기는 하지만 음악적 가치가 크기 때문에 무대예술화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주자 50명, 무용단 35명 등 총 85명의 예술단원과 전문 제작진을 포함해 총 120명이 참여한다. 프랑스 공연은 음악과 춤(일무, 佾舞) 전곡이 연주되며 제례 과정이 춤 동작으로 형상화 될 예정이다.
국립국악원의 정악단‧무용단을 비롯해 한국 무대 미술을 대표하는 박동우, 무대 조명의 거장 이상봉, 피나 바우쉬 등 세계적인 무용가들과 협업해 온 영상의 우종덕 등 공연 분야별 최고의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이 외에도 9월에는 안숙선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이 '파리가을축제'에 초청돼 '수궁가'를 선보이고 10월에는 민속악단 아쟁 명인인 김영길 악장이 '프랑스 상상축제'에 초청돼 산조와 시나위 등을 공연한다.
프랑스 공영 라디오 방송인 '라디오 프랑스'와 함께 민속악단 서도소리 유지숙 명창, 가야금 명인이기도 한 김 원장과 김영길 악장이 '시나위' 음반을 출시한다. 프랑스 파리 악기박물관에서는 산조 가야금, 해금, 산조대금 등 5종의 전통악기 기증과 전시, 기념 공연이 이어진다.
김해숙 국립국악원장은 “유럽의 공연예술 중심지 프랑스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종묘제례악>을 선보임으로써 품격 높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활용할 것”이라면서 “파리를 시작으로 올 가을 베를린, 마드리드, 부다페스트 등 유럽 주요 국가에 다양한 국악 프로그램의 순회공연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