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하는 정부3.0] ②‘예산의 비효율성→정보공개 경쟁력 약화’ 도돌이표

2015-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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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중동호흡기중후군) 확산 사태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재난안전시스템에 대한 경종을 울렸던 세월호 참사가 발발한 지 불과 1년이 조금 지났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후진국형 국가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아주경제 미술팀]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메르스(중동호흡기중후군) 확산 사태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재난안전시스템에 대한 경종을 울렸던 세월호 참사가 발발한 지 불과 1년이 조금 지났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후진국형 국가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초동 대처의 실패는 물론 △컨트롤타워 부재 △사라진 재난 매뉴얼 △관료화와 부처 칸막이 등이 재연됐다. 메르스 사태가 ‘제2의 세월호 참사’로 전락한 결정적 원인이다. 아주경제는 9일부터 총 3회 기획을 통해 2003년 사스 대처 과정에서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인정받은 감염병 예방 모범국이 왜 10여 년 만에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냈는지, 그 원인과 대안을 점검한다. <편집자 주>

공공정보의 적극적 개방과 공유를 핵심으로 하는 ‘정부3.0’ 관련 재정에서 ‘전시·홍보성·묻지마식 개발’ 예산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가 ‘정부3.0’ 출범의 당위성으로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 제공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 뒷받침 등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예산의 효율성 저하→정보공개 경쟁력 약화→정부3.0의 유명무실’ 등의 악순환이 도돌이표처럼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산의 재조정 없이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사태에서 나타난 ‘비밀주의 행정’의 근절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정부3.0 예산 3배 증가…주 업무는 홍보성 행사?

10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행정자치부는 2015년도 ‘정부3.0 변화관리지원 사업’ 예산을 20억2100만원(조정안)으로 책정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약 15억원 상승한 수치로, 3배 이상 증가율을 보였다. 

동 사업의 세부사업별 예산은 △정부3.0 성과공유 추진 3억7300만원 △정부3.0 확산·교육 4억7600만원 △정부3.0 네트워크 구축 3억8200만원 △정부3.0 컨설팅·평가단 운영 2억5000만원 △브랜드과제 연구용역 및 추진상황관리 5억4000만원 등이다.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정부가 ‘정부3.0’ 출범의 당위성으로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 제공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 뒷받침 등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예산의 효율성 저하→정보공개 경쟁력 약화→정부3.0의 유명무실’ 등의 악순환이 도돌이표처럼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눈여겨볼 대목은 각 예산항목의 세부내역이다. 정부3.0 성과공유 추진 항목 예산안은 △정부3.0 성과보고회 △정부3.0 우수사례 경진대회 △우수사례집 발간, ‘정부3.0 확산·교육 추진은 △홍보물 제작 △박람회 전시부스 참가 △온라인 관리 등 전시·홍보성 예산이 다수를 차지했다. 

국회예산처는 ‘정부3.0 변화관리지원 사업’ 중 성과공유 추진 3억1200만원과 정부3.0 확산교육추진 3억7265만원 등 약 7억원 정도를 홍보성 예산으로 분류했다. 30%가량을 홍보성 예산으로 본 것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연말정국 때 상임위에서 정부3.0 예산의 다수가 홍보성이라는 것은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하고, 행사 및 홍보물 예산의 감액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정부효율성 28위

효율성과 상관없이 묻지마식 개발에 치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공공데이터 개방 및 이용활성화 지원 사업인 ‘오픈 API’의 올해 예산을 지난해 대비 14억원(7.7%) 증가한 195억8600만원으로 편성했다. 행정자치부는 오는 2017년까지 356종의 ‘오픈 API’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오픈 API’ 다수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15년도 예산안 부처별 분석’에 따르면 2011년 7월∼2014년 7월까지 집계된 오픈 API를 활용한 앱 등의 신청 건수 2만5795건으로, 이 중 상위 5개의 API 이용건수(트래픽 누적치)는 94.8%에 달했다. 묻고 따지지도 않고 융단폭격식 개발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15년도 예산안 부처별 분석’에 따르면 2011년 7월∼2014년 7월까지 집계된 오픈 API를 활용한 앱 등의 신청 건수 2만5795건으로, 이 중 상위 5개의 API 이용건수(트래픽 누적치)는 94.8%에 달했다. 묻고 따지지도 않고 융단폭격식 개발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문제는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이, 정부가 수요 맞춤형 공공정보 공개를 외면한 채 전시성 사업에만 치중할 경우 정부의 효율성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8일 국회입법조사처는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2015년 국가경쟁력 평가결과’에서 한국이 전체 61개 국가 중 25위를 기록했지만, 정부효율성(28위) 등에선 여전히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국가경쟁력 1위를 기록했고, 홍콩·싱가포르·스위스·캐나다 순이었다.

정치권에선 대안으로 ‘정부3.0 범정부 협의체’ 기능의 개편을 꼽는다. 지난해 7월25일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된 이 협의체는 행정자치부 주재의 ‘추진회의(정책의 조정·협의)와 차관 주재의 ‘실무회의(집행)’로 이원화돼 있다. 정부3.0 추진계획 및 추진전략을 심의하는 정부3.0 추진위원회와 역할이 겹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범정부 협의체는 정책기능보다는 집행·추진 성과를 점검하는 집행기능에 중점을 두고, 현재 이원화된 범정부 협의체를 장관 주재의 집행 점검회의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서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 음압격리병실에서 메르스 확진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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