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에서 전병현 작가를 안다면 '왜?'라는 의문이 인다. 전 작가는 '가나 작가'로 유명하기 때문. '가나 전속'이라는 얘기다. 1990년 가나화랑에서 전시를 연 이후 가나를 벗어난 적 없다.
현재 가나아트센터 서울옥션 이호재 회장과 1984년부터 인연을 맺어 이회장이 '식구'라고 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전속작가들은 타 화랑에서 전시는 불문율로, 부득이한 경우 '화랑 피'를 내게 된다.
그런데 왜. 일까.
"1987년 호암아트홀 전시때 처음으로 제 작품 '뒷모습'을 사주셔서 감사 드리는 의미로 그렸으니 받아달라"는 편지였다. '진즉에 그렸는데 기회가 닿지못해 전하지 못한 '노 사장의 초상화'와 함께였다.
그러면서 '소품전에 혹시 필요할 것 같아 2007년부터 모아온 1~4호 소품 100여점의 자료를 동봉했다. 이호재 회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노화랑은 매년 봄이면 200만원 소품전으로 유명한 화랑. 이미 올해 200만원전은 4월에 치러진 상황이었다.
편지를 읽은 노화랑 사장은 전 작가의 작업실로 향했다. "소품이 정말 많았다". 이미 이호재 회장의 전화도 따로 받은터여서 노 사장은 전시를 기획했다.
편지로 시작된 전시는 다시 편지가 이어졌다. 노 사장은 화랑 고객들에게 인사말 편지를 일일이 보냈다.
"이번 노화랑은 전병현 소품 100선을 기획하면서 여러 미술애호가 분들에게 소식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중략)그의 작품은 현대인의 삭막한 마음을 풀어주고, 성급해지는 마음을 여유롭게 만든다고들 하시는 분들이 꽤나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 노화랑에서는 기획전은 큰 작품보다는 1호에서 4호정도 크기로 집안의 거실에 부담없이 걸 수 있는 정도인 작품전으로 구성했습니다."
편지엔 작품값도 적었다. "작품값을 크기에 따라 한정하는 것이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미술시장과 미술애호가 여러분께서 보다 양해하실수 있게끔 1~2호는 150만원, 3~4는 300만원을 책정하였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노화랑의 '전병현의 소품 100'선은 '소소한 일상'의 풍경으로 가득하다. 모자, 숟가락, 젓가락, 촛불, 찻잔, 과일, 김치 등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친숙한 것들을 그린 작품이다.
'두드리면 열린다'. '편지 한통'으로 시작한 전병현의 '단독 소품전'은 25일까지 열린다. (02)732-3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