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임의택 기자 =현대기아차가 엔저와 유로화 약세, 신흥시장 화폐가치 급락, 수입차 공세 등 불리한 대내외 경영환경으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금의 상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과거 금융위기 때는 글로벌 업체 대부분이 같은 처지에 놓여있었지만 지금은 현대·기아차에 유독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브릭스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성장을 이어갔던 현대·기아차는 러시아 루블화와 브라질 헤알화 등의 가치 폭락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차를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고 있지만 시장 지배력을 지키기 위해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의 위기는 외부 상황뿐 아니라 내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의 5월 내수 판매량은 작년 5월보다 8.2%나 줄었다. 기아차는 10.4% 늘었지만, 이는 지난해 6월 카니발이 출시되기 전까지 판매 실적이 워낙 부진한데 따른 기저효과다. 최근 레저용 차(RV)가 인기지만, 현대차는 투싼 외에 내세울 모델이 없는 것도 고민거리다. 주력 차종인 싼타페는 지난달 판매량이 작년 5월보다 26.3%나 급감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현대차의 3일 오전 한 때 전날보다 3.25% 내려가며 시가총액 순위가 장중 4위로 밀리기도 했다. 2일에는 전날보다 10.36% 급락한 13만8500원을 기록, 5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고위 인사는 “아반떼가 나오기 전인 8월까지는 마케팅 등을 통해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해외 생산 기지 구축과 제품 경쟁력 및 브랜드 인지도 향상, 시장별 특화 차종 개발, 판매·AS망 구축 등을 통해 체질을 꾸준히 개선한 만큼 최근의 상황이 곧바로 기업의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하반기부터 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달러결제 비중을 높이고, 현지 생산량을 늘리는 한편 재고가 누적되지 않게 재고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등 비상 대책을 세웠다.
아울러 신형 K5와 아반떼 등 볼륨 모델 출시를 실적 반등의 계기로 삼는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