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조현미·기수정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내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동 여행자가 감소하고 사람이 많이 몰리는 영화관 등의 매출이 크게 줄었다. 반면 개인 위생용품 판매는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인천공항공사 자료를 보면 5월 넷째주에 중동을 찾은 여객수는 약 9000명으로 전주에 비해 6%가량 줄어들었다.
CGV 역시 주말인 지난 22일과 23일 각각 약 43만명, 89만명이던 관객수가 29일과 30일에는 각각 약 36만명, 85만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아직까지 메르스로 인한 매출 감소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어 대응책 마련 등에 나섰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현재까지 집객이나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이나 영향은 없는 상태이지만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인파가 몰리는 만큼 위생과 청결 관리를 철저히 하고 강화할 예정"이라며 "메르스 관련 추이를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으며 상황이 악화될 것을 대비해 관련 대응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로 인해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던 여행업계는 메르스 확산 여부에 촉각을 곧두세우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과거 신종플루로 인해 국내 여행업계가 어려움을 겪어 이번 메르스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하루 빨리 이번 사태가 해결되길 바랄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한창 고객들을 끌어모아야 할 워터파크도 타격을 받고 있다. 다수에게 개방된 데다 신체 접촉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전국 각지의 워터파크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한 워터파크 관계자는 "일주일 전에 비해 지난 주말(5월 30∼31일) 이용객이 감소한 건 사실"이라며 "이용객이 준 데는 30일 비가 내린 탓이 크지만 메르스와 관련된 속보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29일부터 한국관광공사, 한국여행업협회와 함께 '방한 관광시장 상황 점검반'을 가동 중이다. 점검반은 메르스가 우리나라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추이를 종합 점검하고, 관련 기관과 공동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증시 전문가들도 메르스로 인한 충격이 단기적으로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소비자들이 사람 많은 곳을 기피할 수 있어 여행사업자나 상영관 운영업자 등 일부
기업의 단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메르스 환자 3명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로써 국내에서 첫 메르스 환자가 확인된지 12일만에 환자 수가 18명으로 늘었다.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인원이다.
이들과 밀접 접촉해 집이나 국가지정 시설에 격리된 사람도 급증했다. 첫 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격리 대상자가 된 사람은 모두 715명에 달한다. 이중 33명은 최대 14일인 잠복기가 지나 격리에서 해제된 상태다.
격리 대상자는 계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다. 권준욱 기획총괄반장(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오늘 3명의 확진 환자가 추가돼 격리 대상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환자가 늘고는 있지만 과도한 우려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중동과 달리 의료기관에 쉽게 갈 수 있고, 메르스는 인터페론 등 기존 항바이러스제로도 치료가 가능해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