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개정 국회법에 대해 "정부로선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권을 시사한 것을 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은 1일 "입법부와의 전쟁 선포"로 규정하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나아가 정부가 제정한 행정 입법 전반을 검토하겠다는 의지까지 내보이며, 개정 국회법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데 주력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 청와대의 태도가 좀 심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입법권은 기본적으로 국회에 속한다. 시행령은 법률이 위임한 그 범위 내에서 법률의 집행과 시행을 위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그런데 세월호 시행령 비롯해서 그동안 시행령이나 행정부의 행정 해석이 법률의 취지에 맞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었기 때문에 국회법 개정이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 만큼 정부가 시행령을 만들 때 법의 취지를 존중해서 법률이 위임한 범위 내에서 법에 맞게 시행령을 만드는 노력부터 먼저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6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토대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은 물론, 정부가 제정한 시행령 전반을 검토하겠다"며 모법과 상충된 시행령 손질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 입법권을 무시하는 시행령은 각 분야에 널려있다.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을 바로잡는 비정상의 정상화에 나서겠다"며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과도 긴밀하게 대화해 대처하겠다"고도 했다.
강기정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과 김태년·전해철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모법과 위배되는 시행령·시행규칙 사례를 발표했다. 이들은 정부 시행령·시행규칙이 상위 법률을 위반한 11개 사례를 조목조목 지적한 뒤 "(오늘 지적한) 11건은 조족지혈이다. 앞으로 (사례를) 더 수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개정 국회법은) 행정 국가로 가는 것을 방지하고 삼권분립을 정상화하기 위한 중요한 진일보 조치다. 또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민주주의 산물"이라며 "대통령이 민주주의 기본 질서에 발목 잡아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강 의장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유아교육법 △영유아보육법 △지방재정법 △학교보건법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등 시행령·시행규칙에 의해 무력화되고 있는 11가지 상위법을 그 사례로 들었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시행령을 야당에서 고치겠다고 하는 것은 명백히 법률에 위배되는 행정 입법을 바로잡겠다는 뜻"이라며 "대통령께서 즐겨 사용하시는 말씀인 바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어 "'대한민국은 시행령 공화국'이라는 항간의 말이 있다. 대통령 행정 입법이 상위 법령인 법률을 배반하는 '법령의 하극상'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