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이제 겨우 (경영상황이)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 (성동조선해양 인수는)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채권단의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고 있는 성동조선해양이 인수합병(M&A)를 전제로 한진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위탁경영을 받을 것이란 보도를 두고 한진중공업 노조 관계자가 한 말이다.
위탁경영을 두고 이들 두 조선사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삼성중공업은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 무산과 해양플랜트 설비 수주 저하 등으로 내부단속에 열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진중공업 역시 위탁경영안에 대해 “현재 검토중”이라며 “아직까지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성동조선해양과 인수합병시 그나마 시너지가 예상되는 조선사는 한진중공업이라는데 입을 모은다. 우선 한진중공업의 영도조선소가 비좁아 그간 대형 상선 건조에 어려움이 컸고, 장비들 또한 낡아 위탁경영 및 인수합병이 이뤄진다면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또한 한진중공업은 필리핀에 수빅 조선소를 운영중에 있으나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선박이 아닌 만큼 해외 선주사들이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이유로 꼽힌다.
이에 대해 한진중공업 노조측은 수빅조선소 건조를 위해 애초 7000억원에서 두 배에 달하는 1조4000억 이상이 들었고, 부채비율 역시 높아 이자갚기도 벅찬 상황이라고 밝히고 성동조선해양 인수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진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수빅 조선소 건설을 위해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면서 현재 회사는 이자갚기도 벅찬 상황”이라면서 “경영환경이 조금 나아졌다고 해서 성동조선해양을 인수한다면 두 회사 모두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채권단의 위탁경영 결정은 주채권단인 수출입은행이 다른 채권단을 설득할 명분이 없다는 점이 이유다. 앞서 지난 달 말 수출입은행이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추가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우리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 다른 채권단의 반대로 무산돼 왔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7월 성동조선해양의 어음만기가 예정돼 추가자금 투입 가능성 역시 큰 상황에서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자금지원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성동조선해양은 채권단의 요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상태다. 하지만 자력회생에 대한 의지가 높다. 특히 올 연말까지 필요한 운용자금 2000억원이 지원된다면 그간 수주물량 인도 등으로 갚아나갈 수 있어 스스로 자립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회사 관계자는 “약 4조원에 달하는 75척의 수주잔량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물량으로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건조한 선박이 인도되면 상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