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아트센터에서 26일 개막한 연극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는 히키코모리였던 작가 이와이 히데토의 실제 이야기를 담았다. 히키코모리는 우리말로는 ‘은둔형 외톨이’다.
"일본이 버블경제에 들떠 끝도 없어 보이는 정상까지 올랐다가 단번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직접 두 눈으로 보았다"는 작가는 "'취직'이라던지 '안정적인 직장' 혹은 '정규채용'과 같은 말에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밝혔다. "나아가야 할 미래가 없다"라는 기분을 몸소 체험했다는 것.
'히키코모리 문제'는 일본뿐만이 아니라 유럽에서도 화제가 되어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도 'HIKIKOMORI'라는 단어가 게재되어 있을 정도다. 물론, 일본에서 이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히키코모리를 집 밖으로 내보내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출장 상담원'이라는 전문 직업도 있다. 2005년 일본 후생노동성에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당시 일본에는 300만 명의 히키코모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큰 문제는 방구석으로 내몰리는 사람들. 이력서에 한 번 빈칸이 생긴 뒤로 인생을 돌이킬 수 없게 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히키코모리 중에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70–80%라고 한다.
이번 무대는 가정과 인간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보여주는 박근형이 연출을 맡았다. 히키코모리 3인방을 맡은 최광일, 이남희, 김동원이 진짜 히키코모리가 아닐까할 정도로 열연한다.
이홍이 번역, 드라마터그는 "이 작품은 ‘나와 전혀 상관 없을 것만 같았던’ 히키코모리에 대해 공감을 느끼게 유도함과 동시에 타인에 대해 “나도 다 안다”고 단정 짓는 오만한 태도를 차단한다"며 "무대위에는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고 바라는 인물들이 속내를 감춘 채 등장한다. 부디 그 마음들이 관객 여러분의 마음과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오는 31일 작가가 내한해 공연 후 관객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공연은 6월 20일까지.(02) 708-5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