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 국영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브라질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에 대한 대규모 자금 제공에 나섰다. 최근 '미국의 앞마당' 중남미 지역과의 경제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는 중국은 또 한번 초강수를 띄우며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할 전망이다.
페트로브라스가 중국은행들로부터 100억 달러(약 10조1000억원) 규모의 차관 지원을 받게 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1일 보도했다.
구체적인 합작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페트로브라스는 이번에 조달된 자금을 주로 해양 탐사·개발 장비를 임대하거나 구매하는 데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상은행은 향후 브라질 저가 항공사 아줄(Azul)그룹에 대한 융자 지원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페트로브라스에 대한 차관 지원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브라질 방문 기간 중 체결된 533억 달러 규모의 35개 경제협정에 포함되는 내용이다. 이같은 대규모 차이나머니의 유입으로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려온 페트로브라스는 기사회생의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페트로브라스는 최근 정·재계를 뒤흔든 부패와 뇌물 스캔들에 연루된 데다 국제유가 하락, 주가폭락, 경영실적 악화 등 악재가 겹치면서 1953년 창사 이래 62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페트로브라스의 순채무는 3325억 헤알(약 120조 원)에 이르며 잇단 비리 스캔들로 2015∼2016년 투자 규모를 축소한 상태다. 올해 2월에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정크)으로 강등했다.
특히 페트로브라스는 중국 은행의 차관 지원을 계기로 지난 2013년 10월 이후 중단된 대서양 심해유전 개발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속되는 국제유가 하락세와 함께 심해유전 개발 타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데다가, 페트로브라스 비리 스캔들까지 터져나오면서 대서양 심해유전 개발은 지연돼 왔다. 페트로브라스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낸 보고서에서 유동성 문제와 국제유가 하락세 지속으로 심해유전 개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리 총리는 지난 18일부터 시작해 오는 26일까지 브라질을 비롯해 코롬비아, 페루, 칠레 등 중남미 4개국 순방을 계속한다. 지난해 7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 이어 이번에 리 총리의 방문을 통해서도 대규모 돈보따리를 풀어낸 중국은 남미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