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20일 ‘눈먼 돈’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국회 특수활동비 문제와 관련, 국회가 국정감사 때 피감기관을 질책하는 행태에 빚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아마 이게 국민의 생각 아닐까”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다른 기관에는 철저 엄격 잣대 들이대는 국회가 정작 내부적으로 본인에 대해서는 감시·통제가 안 이뤄진다”며 “국가 예산 유용하고 있었단 사실은 백번 변명해도 용서받기 어렵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국회도 모든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등을 포함, 영수증 포함해 인터넷에 공개하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정당 개혁 차원에서라도 야당이 반대한다면 새누리당만이라도 국고보조금 사용내역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할 필요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유승민 원내대표도 “우리 당 소속의 광역단체장(홍준표 경남지사)과 야당 소속의 전 상임위원장(신계륜 의원)의 (특수활동비) 유용 문제가 불거져 국민의 분노가 크다”며 “여당 원내대표로서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 차원에서 어떻게 개선할지 논의해서 적절한 시기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최근 홍준표 지사가 특수활동비를 사적으로 썼다고 밝혔다. 과실인지 모르겠지만 국회를 보는 국민의 눈길이 차갑다”면서 “새정치연합은 국회 특수활동비를 점검하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구를 발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예산안 심사에서 특수활동비를 심사해 세금 낭비를 막는 의혹도 해소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특수활동비 문제는 최근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두 최근 홍준표 경남지사, 신계륜 새정치연합 의원이 언급하면서 논란이 수면위로 부상했다.
홍 지사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당 대표 경선 자금은 집사람 개인 금고에서 나왔고, 국회 ‘대책비’ 중 일부를 집사람이 모았다”고 주장했다.신 의원도 아들 유학 자금을 국회 상임위원장 시절 확보한 ‘직책비’에서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대책비나 직책비 모두 특수활동비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특수활동비는 정보 및 기밀 수사에 쓰이는 경비로, 보안 유지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영수증 제출 의무가 없다. 이로 인해 집행하는 국회 사무처나 받아 쓰는 국회의원들조차 어떤 절차로 사용하고 정산하는지 모르고 있어 그야말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돈’으로 불린다.
해마다 편성되는 국회 전체 특수활동비는 80여억원으로, 올해도 원내대표, 상임위원장 등에게 지급되는 특수활동비는 83억9817만원이 편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