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앞에 무너진 네시삼십삼분의 경영 철학, ‘회색도시’ 개발진 권고사직 ‘일파만파’

[네시삼십삼분]

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중견 게임사 네시삼십삼분의 일방적인 개발진 권고사직이 파장을 낳고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유지해왔던 견고한 개발철학이 상장을 앞두고 허무하게 무너져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19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네시삼십삼분은 최근 자사의 모바일게임 ‘회색도시’ 개발진에게 권고사직 방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3년 7월 출시된 ‘회색도시’는 ‘스마트 드라마’라는 독특한 장르를 표방, 이례적으로 유료 게임을 추구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후속작 ‘회색도시2’를 출시하며 게임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킨바 있다.

특히 RPG와 캐주얼 게임이 장악하던 시장 트렌드와는 무관하게 ‘장르 다각화’라는 자사만의 경영 철학을 십분 반영한 게임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으며 네시삼십삼분의 기업 브랜드 가치를 한층 높였다는 평가다.

이런 전략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네시삼십삼분은 ‘회색도시2’ 출시 반년만에 전격적으로 개발진 해체라는 초강수를 선택, 업계의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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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시삼십삼분이 밝힌 ‘회색도시’ 개발진 해체의 가장 큰 이유는 손익 분기점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네시삼십삼분측은 “회색도시는 1편과 2편 모두 회사에서 요구한 수익 기준을 현저히 달성하지 못했다”며 “보다 발전적인 기업 가치를 위해 내부 의견을 수렴, 해당 개발진의 해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을 차갑다. 무엇보다 당초 ‘장르 다각화’를 목표로 했던 ‘회색도시’ 개발진에게 ‘손익 분기점’이라는 기준을 적용하는 행태 자체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진행된 ‘회색도시2’ 출시 간담회에 참석한 소태환 네시삼십삼분 대표는 ‘스마트 드라마’라는 독창적 장르와 유료 게임이라는 ‘도전’에 따른 ‘회색도시2’의 수익적 한계를 지적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돈이 아닌 완성도 높은 다양한 게임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전작에 비해 크게 완성도를 높인 ‘회색도시2’를 통해 ‘회색도시’라는 브랜드 자체가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힌바 있다.

이처럼 견고한 개발철학을 밝혔던 네시삼십삼분이 급작스럽게 ‘회색도시’ 개발진의 해체를 결정한 건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으로 예정된 상장(IPO)을 앞둔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네시삼십삼분은 퍼블리싱 게임인 ‘블레이드’와 ‘영웅’의 흥행 성공으로 막대한 수익을 확보한 반면, ‘회색도시’ 비롯한 자체 개발 프로젝트는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에 머무르고 있다. 실제로 퍼블리싱 사업에 주력한 네시삼십삼분의 지난해 매출은 1160억원에 이른다.

이로 인해 상장 이후 견고한 매출 및 영업이익을 확보해야 하는 네시삼십삼분이 돈이 되지 않는 게임은 정리하고 수익 극대화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회색도시’ 개발진의 권고사직을 결정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네시삼십삼분 관계자는 “수익 악화를 이유로 회색도시 개발진에게 권고사직 방침을 내린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이번 결정이 자사의 개발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네시삼십삼분은 여전히 개발과 퍼블리싱 모두에 전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