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STX프랑스 인수하면 안되는 네 가지 이유

2015-05-17 15:21
  • 글자크기 설정

대우조선해양 안벽에서 초대형 반잠수식 시추선 4기의 건조 작업이 한창이다.[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한국산업은행 산하에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역시 같은 지붕 아래 놓여 있는 STX프랑스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사실로 굳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결혼’(인수)을 희망하고 있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들은 대우조선해양이 STX프랑스를 가져가면 화물선 및 유조선은 물론 크루즈선을 더해 민간 상선 분야 전 부문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한편 방위산업 부문에서도 궁극적으로 원자력 군함(항공모함과 전투함, 잠수함 등)의 기술을 보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계에서는 STX그룹 사태에서 살펴봤듯이 이러한 전망은 첨예하게 얽히고 얽힌 조선산업의 현황을 전혀 모르는 이들이 던지는 일방적인 짝사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대우조선해양이 산은의 뜻에 굴복해 STX프랑스를 인수할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과거 대우그룹 해체 때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돈 없는 대우조선해양, 추가 부실 우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5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5년 1분기 보고서를 통해 매출액은 4조4860억8600만원, 영업손실은 432억9800만원, 당기순손실 1723억9700만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이 영업손실을 낸 것은 기간으로는 8년 6개월, 분기로는 34분기 만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산은 등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에게 인수를 제안했다. 대우조선해양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매월 1조원의 운용·건조자금을 지출해야 하는 회사가 갖고 있는 순 현금이 1000억원대라고 한다. 채권단은 이런 대우조선해양에게 수천억원을 들여 STX프랑스를 사라고 하며, 결정하면 대출까지 해주겠다고 권유하고 있다”며 “대우조선해양 내부에서는 고위 간부회사에서 말단직원들까지 황당해 하며 ‘대경실색’ 했다고 한다. 채권단으로터의 요청에 대해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강하게 거절할 수 없는 처지지만, 인수하면 추가 부실이 불보듯 뻔하다”고 전했다.

◆기술이전? 꿈도 꾸지 마라
지난 2007년 STX그룹이 STX유럽의 전신 야커야즈를 인수했을 때 유럽위원회(EC)의 반독점 규제 조사와 더불어 첨예하게 막판 갈등을 불러 일으켰던 대목이 기술유출 우려였다. STX프랑스의 셍 나제르 조선소는 크루즈선 등과 더불어 프랑스 해군이 개발한 주요 군함을 건조하는 방위산업 핵심 사업장이었다. STX그룹이 인수할 경우 크루즈선과 더불어 군함 건조 기술이 한국으로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매각 반대가 격렬했다. 결국 STX그룹은 인수 계약서에 ‘기술을 이전하지 않겠다’는 조항을 넣어고, 이후 회사를 운영하면서 기술과 관련한 문제는 전적으로 현지 회사들에 일임했다.

알맹이는 까보지도 못한 채 껍데기만 인수한 꼴이 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이 STX프랑스를 인수한다고 할 때, 과연 이들 기술을 가져올 수 있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안벽 거치 기간만 최장 2년, 규모의 경제성 떨어져
‘바다위의 호텔’이라고 부르는 크루즈선과 조선기술의 최첨단을 달리는 군함은 척당 건조단가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다고 불린다. 하지만 이러한 고부가가치에는 장기간에 걸친 건조기간으로 인해 다른 사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기회비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채권단은 간과하고 있다.

선박은 부분품인 블록을 육상에서 제작한 뒤 도크에서 블록과 블록을 조립해 만든다. 되도록 도크에서 제작하는 기간을 줄이는 것이 원가 절감의 핵심인데, 한국은 한 척당 도크내 제조기간이 3개월로 세계 최고 도크 회전율을 자랑한다. 설계부터 배를 인도하는 기간은 1년 반 정도다. 반면, 크루즈선은 설계기간을 빼고 도크 제조와 안벽에서 제조하는 작업만 2년이 넘게 걸린다. 호텔을 건축하는 기간과 동일하다. 이러한 낮은 회전률은 대우조선해양 같은 거대 기업에서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다.

◆2019년 일감 모은 STX프랑스, 그 이후는?
STX프랑스는 야커야즈 시절부터 핵심고객이었던 세계 2위 크루즈선사인 미국의 로열캐리비언으로부터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3척의 크루즈선을 수주해 2019년까지 일감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신규 시설 투자 및 고용을 늘리고 있으며, 신규사업을 금속제 해상 풍력발전설비의 기초 및 해저 변전소 제조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채권단은 살아나고 있는 STX프랑스가 대우조선해양이 인수할 경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STX프랑스야 말로 조선업 경기, 특히 크루즈선 경기와 밀접하게 연동돼 굴곡이 심했던 기업이다.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곪은 상처가 수도 없을 것이라고 조선인들은 입을 모은다. 당장 3~4년은 괜찮겠지만 추가 일감을 따내지 못한 다면 이후 골칫거리로 전락할 수 있는게 조선업이다. 특히 2015년 이미 전 세계 조선업계가 수주 불황의 영향을 받고 있다. 여기에 프랑스 내에서도 대표적인 강성 노조 기류가 강하고, 외국기업에 대한 배척이 강한 문화 때문에 노사 문제도 순탄치 못할 전망이다.

과연, 이러한 불안요소를 안고 대우조선해양이 STX프랑스를 인수해야 하는 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봐야 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무작정 기업을 짝지어준다고 그 기업들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인연'이 맞아야 한다. 두 회사의 결합은 또다른 'STX 사태'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전체 그림을 파악하지 않은채 추진하고 있는 채권단의 매각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