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독일 연방정보국(BND)과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매월 약 13억 개의 일반인 통신기록을 주고 받는 등 ‘스파이 협조’를 일삼고 있다고 독일 현지 언론이 12일(현지시간) 전했다.
독일 주간 차이트 온라인 보도에 따르면 BND가 바이에른주 북부의 바트 아이블링 지역에 있는 한 건물에서는 매일 2억 2000만개 정도의 통신기록을 수집하는데, 그 중 약 13억개의 전화나 문자 데이터를 매월 NSA에 넘겨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해당 매체는 ‘본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아도 통화 기록과 문자 데이터만으로도 개인의 연락 패턴을 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속성정보인 ‘메타 데이터’로 불리며, 정보기관으로서는 누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얼마나 통화했느냐는 기록도 본내용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앞서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의 무차별 개인정보 수집 사실을 폭로할 당시 BND가 NSA에 5억 개의 통신기록을 넘겼다고 밝힌 적이 있으나, 사실 이는 2012년 12월 한 달에만 해당한 수치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에 넘긴 기록 중에 중동 등 분쟁 지역에서 수집된 해외 통신 기록도 포함됐다. 이 때문에 이 같은 행위가 독일 법 테두리 안에 속하는지 BND 요원들도 스스로 의문스러워 한다고 차이트 온라인은 전했다.
앞서 바트 아이블링 지역에 있는 도청 건물은 애초 미국 정보당국이 직원을 2000명까지 두고 사용하다가 2004년 BND가 넘겨받은 건물이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도 미국 기술 체제가 적용되고 있고, 일부 미국 요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고 언론 보도된 바 있다.
이 같은 사찰 공조 폭로 보도가 독일 내 잇따르면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집권 다수당인 기독교민주당(CDU)의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