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심 속 자연과 유적지·산속 사찰…한국만의 아름다운 관광재산"

2024-12-1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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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몬디 주한이탈리아상공회의소 부회장

도시와 자연 조화로운 서울·부산

숲·바다 보존된 완도·거제도 특별

경관과 이질적인 조형물·포토존 등 안타까움

지역 관광 활성화 위해선 시설 인프라 확대·인지도 관건

 
캡션에 주요 멘트 한 줄 부탁드립니다 알베르토 몬디 인터뷰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알베르토 몬디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관광은 아름다움을 만드는 사업입니다.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한국이 지닌 본연의 아름다움에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한국을 찾는 관광객도 늘어날 것입니다."

알베르토 몬디(Alberto Mondi) 주한이탈리아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모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한국 관광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
알베르토는 대학 시절 동아시아문화학을 전공했다. 이후 중국 교환 학생으로 유학했고, 그곳에서 한국인 아내를 만나면서 한국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한국에 온 그는 2010년 강원대학교에서 거시경제를 공부하며 경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에서 이탈리아 맥주 회사인 SAB 밀러에서 일하던 중 2014년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하게 됐고, 방송인과 사업가로서 길을 걷게 됐다

9년 차 방송인이자 한국을 사랑하는 이탈리아인으로서 한국 관광산업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알베르토는 "처음 한국에 온 2007년까지만 해도 '한국' 하면 '북한'을 먼저 떠올렸다. 10년 넘게 한국에는 '전쟁'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면서 "그러나 2010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시작으로 BTS가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지금은 한국 드라마와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이탈리아에서 한국 예능을 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뒤 그는 강원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춘천에서 2년간 거주했다.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관광지를 묻는 말에 그는 서울과 가까우면서 자연도 아름답고 호수와 산이 어우러진 춘천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알베르토는 "이탈리아인들은 여름이 되면 무조건 바다로 달려간다. 바다에서 태닝과 수영을 하는 것이 여름휴가라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은 완도와 거제도다. 고층 빌딩도 없고 숲과 바다 등 자연이 잘 보존된 곳"이라고 말했다.

 
알베르토 몬디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알베르토 몬디가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한국 관광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알베르토는 자신이 모든 외국인을 대변할 수는 없지만 유럽인 관점에서 본 한국 관광에 대해 이러한 의견을 냈다.

그는 "한국 관광의 매력을 꼽자면 가장 첫 번째는 '자연'을 들 수 있다. 한국처럼 도심 속에 자연관광과 유적지까지 있는 곳은 흔치 않다"면서 "서울과 부산만 봐도 현대적인 도시에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있고, 산속 사찰들도 외국인 관점에서 볼 때 정말 예쁘다. 궁궐과 독립문, 한양도성 등 도심에 있는 유적지도 신기한 부분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또 한국은 유럽인이 봤을 때 신기한 게 정말 많은 곳"이라며 "신발 벗고 들어가는 식당부터 다양한 음식들은 물론 피시방과 방 탈출, 노래방, 찜질방 등 한국에서만 할 수 있는 체험 요소가 다양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는 온천이나 피부관리실 이용 가격이 매우 고가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가기 쉽지 않은데, 한국은 저렴한 가격에 대중탕이나 피부관리 등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관광 인프라가 다양하게 갖춰져 있지만 그는 한국 관광지를 돌아봤을 때 아쉬운 점도 있다고 했다.

알베르토는 "최근에는 많이 개선됐지만 예전에는 억지로 관광상품을 만들려는 느낌이 많았다. 한때 '컬러풀 대구' '후레시 계룡' '어메이징 익산' 등을 지역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적이 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영어 단어를 끼워 넣은 것 같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광지에 설치된 조형물이나 포토존도 자연경관과 어우러지지 않는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곳이 대부분"이라면서 "에펠탑이나 콜로세움 등 세계적인 관광지에 인위적으로 조성한 포토존이 없는 것처럼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남 완도 사진한국관광공사
전남 완도 [사진=한국관광공사]
한국에는 자연이 아름다운 관광지들이 많은 만큼 문화유산을 보호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특히 자연 관광지 인근에 경관을 해치는 고층 빌딩이 많이 들어서서 안타깝다고 했다.

알베르토는 "유럽은 관광지 인근에 건물을 세울 때 규제가 엄격하고 까다로운 편이다.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건축물을 세워야 한다"면서 "한국도 문화유산과 자연보호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많이 개선되고 있는데 관광지를 조성할 때 이러한 부분을 많이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 관광에 편중되는 현상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놨다. 

그는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이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유명한 관광지부터 둘러볼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도 6개월 동안 관광해도 모자랄 정도로 다양한 유네스코 문화유산과 볼거리 즐길 거리가 있는데 다들 유명한 몇몇 도시만 보고 간다"며 "그래서 서울 편중 현상이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시간이 많거나 한국에 자주 방문할 수 있는 관광객들은 경주나 부산, 제주 등 서울 외 다른 도시까지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베르토 몬디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알베르토 몬디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그는 지방 관광 활성화를 위한 방안도 내놨다. 

알베르토는 "지역 관광을 활성화하고 싶으면 먼저 국내 관광을 통해 시설이 많이 구축돼야 한다"며 "강릉이나 여수를 예로 들면 17년 전에 갔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최근에는 고급 호텔도 들어서고 레스토랑도 많아지는 등 시설이 잘 갖춰지면서 외국인 관광객들도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국내 관광 활성화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한국 관광지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특색'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한국은 지역마다 다양한 문화를 지니고 있다. 지역마다 특색 있는 음식이 다르고 전통문화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 다과 문화, 한지 등 지역문화 체험 관광은 한국만의 '관광 재산'이다."

그는 "결국 관광은 그 나라와 지역의 '아름다움'을 판매하는 것"이라며 "아름다움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을 들여야 하고 전통과 역사가 모두 필요한 것이다. 한국이 보유한 아름다움을 잘 알아보고 세계에 알리는 방향으로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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