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기업의 내부 사정에 밝은 최고경영자(CEO)의 자사주 매입 행보는 책임경영을 펼치고 기업 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작용하지만 또다른 시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 황창규 KT 회장 '이석채 라인' 자사주 모두 회수
황창규 KT 회장의 전임 회장 흔적 지우기가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T는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이석채 전 회장과 김일영 전 사장, 서유열 전 사장에게 지급된 2011년도분 장기성과 주식의 지급을 모두 취소했다. 불참한 장석권(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이사를 제외한 10명의 이사진이 지급 취소를 찬성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받았던 주식은 지난 2일 보호예수 해제를 앞두고 있었다.
취소대상 주식은 이 전 회장 1만1703주, 서 전 사장 1820주, 김 전 사장 677주로 총 1만4200주로 지급 당시 주가(2만9300원)을 고려하면 4억1606만원에 달한다. 취소 사유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상 횡령·배임의 혐의로 지난해 4월 15일 기소되는 등 이미 지급한 성과주식의 취득조건에 미달해서다.
당시 이 전 회장은 100억원대 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 등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으나 결국 불구속 상태로 기소했다. 서 전 사장과 김 전 사장은 이 전 회장의 횡령·배임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불구속기소된 상태라 2012년도분 장기성과주식의 지급 취소는 보류한 상태다. 하지만 KT의 주식보상의 취득조건은 용역제공조건(1년)과 비시장성과조건으로 재측정하기 때문에 향후 관련 형사소송의 판결에 따라 지급여부를 따로 논의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KT는 송정희 전 부사장과 이제 전 KT BIT추진단장(상무), 이현규 전 오픈플랫폼 본부장에 지급된 성과주식도 취소했다. BIT(영업·정보시스템 전환) KTOP(KT 오픈 마켓) 사업 추진 시 부적절한 의사결정과 허위보고, 지시 불이행 등으로 회사에 재무적 손실을 초래한 까닭이다. 이들은 모두 이석채 전 회장 시절에 KT에서 근무했던 인물들이다.
◆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의 책임경영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5세대(5G) 시대의 ‘뉴 라이프 크리에이터’가 되겠다고 밝힌 지난해에는 예년보다 세 배 이상의 자사주를 매입했고, 용산시대 개막을 통해 제2의 도약을 밝힌 올해는 벌써 작년 치에 맞먹는 자사주를 사들였다.
이 부회장 취임 첫해인 2010년에는 3만주의 자사주를 매입했고, 2011~2013년에는 평균 1만833주의 주식을 샀다.
지난해에는 취임 이래 가장 많은 3만8400주를 장내 매수했고, 올해는 벌써 2만1500주를 사 이 부회장은 취임 후 총 12만2400주의 주식을 샀다. 이 부회상이 사들인 자사주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12억1298만원에 해당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와중에 자사주를 매입해 책임경영 의지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LG유플러스 주가는 올 들어 총 13.82% 빠졌다.
이 부회장뿐 아니라 LG그룹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의 한상범 사장도 지난달 2억원 가량을 들여 자사주 5500주를 매입, 책임경영을 펼쳤다.
한 사장의 자사주 매입 후 황용기 LG디스플레이 부사장도 1790주의 자사주를 사들여 매수 행렬에 동참했고, 김명규 전무와 강인병 전무도 각각 1400주, 1260주를 사들였다.
한편 삼성전자의 임원들은 자사주를 전량 매도하면서 현금을 확보,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대조적 모습을 보였다.
강정석 삼성전자 상무는 지난달 27일 자사주 200주를 전량 팔아 3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확보했으며 김현주 삼성전자 상무도 2000만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 15주를 처분해 자사주 매각에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