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정부가 24년간 유지해 온 통신요금 인가제를 폐지할 전망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르면 이달 중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 등을 담은 '통신시장경쟁촉진법안'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 관계부처와 협의 중에 있으며, 당정협의도 열어야하는 일정이 남아있다”고 11일 언급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관계자는 “KT의 데이터선택 요금제 출시 발표로 나타났듯이 통신요금 인가제가 통신사업자들의 요금인하를 막고 있는 측면이 입증됐다”고 언급했다. 이는 KT가 출시한 데이터선택 요금제를 경쟁업체인 SK텔레콤도 준비해왔으나, SK텔레콤이 통신요금 인가제 대상 업체이기 때문에 정부의 인가를 기다리다 KT가 먼저 내놓게 됐다는 것이다.
미방위 관계자는 “사실 통신요금 인가제가 통신요금 인하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인가 기능이 SK텔레콤의 요금 인하를 지연시키고 있는 구도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래부도 이 부분을 인정하면서 통신요금 인가제를 어떤 형식으로든 바꾸겠다”고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정부는 지난 1991년부터 유·무선 통신시장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견제하기 위해 통신요금 인가제를 도입해왔다. 통신시장 인가제 대상은 무선시장은 SK텔레콤, 유선시장은 KT다. 통신요금 인가제에 따라 두 사업자는 새로운 요금제를 도입하거나, 요금을 인상할 때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오히려 통신 요금인가제가 공정한 통신시장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미래부는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를 포함한 여러 개선안을 검토해왔다.
미래부는 지난해 6월 통신요금 인가제 개선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였으나, 인가제 존폐를 둘러싼 사회적 공감대가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통신경쟁정책 등 전반적인 통신정책과 연계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해왔다.
SK텔레콤은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SK텔레콤은 이제 이동통신시장은 2위, 3위 업체도 모두 예전과 달리 경쟁력이 갖춰졌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KT와 LG유플러스는 통신요금 인가제가 폐지될 경우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통신요금 인하로 지금보다 더 심각한 시장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동통신 업계관계자는 “통신요금 인가제와 통신요금 인하는 전혀 상관이 없다”면서 “인가제로 인해 요금을 내릴 수 없었던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오히려 통신요금 인가제가 폐지될 경우 1위 업체인 SK텔레콤의 시장 지배가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도 “우리는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에 대해 계속해서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다”면서 “정부가 통신사업자에 대한 요금규제를 포기하면 시장에 혼란이 초래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보신고세를 도입해 SK텔레콤 등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제시한 요금제 등에 대해 정부가 보완을 요구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요금제 신고를 보류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