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효과와 경기 회복세를 등에 업은 미국·유럽·일본차 업체와 달리 원화 강세 등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미국 달러화 환산 시가총액은 지난 8일 기준 544억 달러로 집계됐다. 현대차가 350억 달러, 기아차 194억 달러 수준이다.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 가운데에서는 8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도요타가 2358억 달러로 가장 많고 이어 폭스바겐(1193억달러), 다임러(1028억달러), BMW(759억달러), 혼다(631억달러), 포드(617억달러), GM(561억 달러) 등 순이다.
닛산은 465억 달러로 현대·기아차보다 시가총액이 낮지만 현대차와 기아차를 분리하면 이미 현대차를 넘어선지 오래다. 지난해 6월말까지만 해도 현대차가 닛산에 앞섰지만 9월말 현대차 397억 달러, 닛산 441억 달러로 역전된 바 있다.
2010년대 초반 글로벌 판매망을 확충해나가던 현대·기아차는 2012년 폭스바겐을 제치고 시가총액 2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환율 악재와 신흥국 시장 경쟁 심화 등으로 성장세가 주춤하며 시가총액 순위가 하락세다. 지난해 초에는 도요타·폭스바겐·다임러·BMW에 이어 5위로 내려앉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9월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매입으로 주가가 급락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진다. 이때 당시 현대차그룹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이전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이는 감정가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고가 매입 논란으로 현대차의 주가는 9월 17일 21만8000원에서 하루만에 2만원이 빠졌다. 같은해 11월 5일에넌 최저인 14만9000원을 찍기도 했다.
주식 가치가 역주행 중인 현대·기아차와 달리 일본차 및 유럽차 업체는 엔·유로화저 약세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미국차 업체도 경기 회복에 따른 시장 확대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수요 증가로 호황이다.
올 1분기 성적표인 영업이익을 봐도 현대·기아차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은 1조58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1%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9.0%에서 7.6%로 1.4%포인트 낮아졌다. 기아차 역시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7356억원에서 올 1분기 5116억원으로 30.5%, 영업이익률은 6.2%에서 4.6%로 1.6%포인트 급감했다.
반면 도요타 영업이익률은 8.93%로 현대차를 웃돌았다. BMW의 경우 주요 완성차 업체 중 최고 수준인 12.05%를 기록했다. GM은 2.11%로 낮았지만 지난해 1분기(-1.43%)보다 3.5%포인트 가량 상승했으며 폭스바겐(6.31%)도 영업이익률이 소폭 올랐다.
환율 악화에 따른 신흥시장 부진 등이 계속되면서 자동차 판매가 여전히 부진해 향후 전망도 불확실하다.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픽업트럭과 SUV 수요가 급증하는데 반해 현지 생산라인이 승용차 위주여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다.
올 1~4월 현대·기아차의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 2.4% 감소한 162만128대, 102만3472대다. 800만5000대를 팔았던 지난해보다도 감소해 올해 목표인 820만대 판매 달성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