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임의택 기자 =국내 자동차시장은 가솔린 다목적차의 ‘무덤’이다. 운전자들이 대부분 연비 좋은 디젤 모델을 선호하는 탓에 어쩌다 나오는 가솔린 모델들도 이내 사라지고 만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하이브리드 모델도 많이 나오지만, 국내 완성차업체 중 하이브리드 다목적차를 생산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이 점에 주목한 한국도요타는 지난 4월 2015 서울모터쇼에 ‘프리우스 V’를 선보이고 시판에 나섰다. ‘하이브리드카의 원조’로 불리는 프리우스의 차체를 키워 실내공간을 넓히고 활용도를 넓힌 게 특징이다.
프리우스 V는 기존 프리우스의 외관에 약간의 치장을 더했다. ‘Keen look’이라 불리는 도요타의 패밀리룩에 돌출된 앞 범퍼와 늘어난 차체 뒷부분이 달라진 요소다. 차체 크기는 프리우스보다 길이 165mm, 너비 25mm, 높이 95mm가 커졌다.
차체가 커졌지만 출발이나 가속 때의 반응은 기존 프리우스와 큰 차이가 없다. 물 흐르듯 매끄럽게 나가고, 가속 페달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이다. 그러면서도 실내는 고요하기만 하다. 도요타 특유의 방음대책으로 정숙성을 높여놓은 덕분이다.
기존 프리우스와의 차이 중 하나는 넓어진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이다. 15mm씩 12단계로 조절되는 슬라이딩 기능과 리크라이닝 기능을 적용, 키 185cm의 승객도 편안히 앉을 수 있도록 했다. 트렁크 용량은 968ℓ이고, 뒷좌석을 완전히 접으면 1905ℓ까지 늘어난다. 웬만한 SUV 못지않은 넉넉한 크기다. 한국도요타는 이렇게 늘어난 용량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여행용 캐리어와 아이스박스, 텐트 등을 실어 전시해 놨다.
프리우스 V는 복합연비가 17.9km/ℓ로 기존 프리우스보다 ℓ당 3.1km가 낮다. 이는 공차중량이 120kg 늘어난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크기의 가솔린 모델들에 비하면 여전히 뛰어난 수준의 연비다.
이날 시승회 코스는 국도와 시가지가 섞여 있는 구간이지만 국도가 대부분이었다. 하이브리드카의 공인연비가 고속도로보다 도심에서 더 높게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최적의 조건이라고 보긴 힘들다. 1구간에서 운전석에 앉았던 기자의 기록은 26.4km/ℓ. 동승한 타 매체 기자는 반환점에서 운전석에 오르자마자 “자신 없으니 대강하겠다”고 했고, 기자는 “이 차 연비 높이기 쉬우니 알려주는 대로 해보라”며 설득했다. 현대차, 기아차, 포드, 한국GM 등에서 실시한 연비 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했던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싶은 욕심에서였다.
그 결과, 2구간에서의 기록은 28.0km/ℓ를 찍었고, 두 구간의 평균기록은 27.2km/ℓ를 기록했다. 2위 팀은 25.8km/ℓ, 꼴지 팀은 19.3km/ℓ였다. 프리우스 V는 운전이 서툰 이들도 공인연비를 넘어서기 어렵지 않을 만큼 놀라운 연비를 보여줬다.
도요타는 1997년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카를 양산한 이후 누적판매대수 700만대를 돌파했다. 가장 앞서 개발한 만큼 기술적으로도 가장 앞서 있고, 덕분에 누구나 쉽게 좋은 연비를 만들어낼 수 있다.
게다가 기존 프리우스와 별 차이 없는 3880만원도 매력적이다. 엔저(円低) 현상 덕에 가격까지 착해진 것. 레저생활이 늘어나는 요즘, 새로운 차를 찾는 이들에게 프리우스 V는 디젤 SUV의 대안이 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