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영국 총선 출구조사 결과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를 공약으로 내건 보수당의 재집권이 확실시되면서 금융시장 내 불안감이 증폭할 것으로 보인다.
B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총선 결과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의 연립정부가 과반수 의석을 확보해 정권 연장에 성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가 현실화되면 한국 자본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영국이 빠지게 되므로 영국과 별도로 FTA를 추진할 수도 있다.
브렉시트 불안감이 증폭하면 국제 금융시장도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독일 베텔스만 재단과 민간경제연구소 Ifo는 “영국이 EU에서 이탈하면 2030년 국내총생산(GDP)은 작년보다 14%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KR투자연구소는 “브렉시트가 가시화하면 금융 허브로서의 영국의 위상이 위축될 것”이라며 “그동안 누린 무역의 이점이 사라지면서 영국 기업들에도 부담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브렉시트는 영국에도 적지 않은 손실을 유발한다. 거대한 자유무역 시장을 포기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EU 27개국(영국 제외 시)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 GDP의 90% 수준이다. EU가 영국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수출 45.5%, 수입 53%로 높은 편이다.
유럽 국가들도 EU 내 2위 경제국인 영국의 이탈을 달가워할 상황은 아니다.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영국의 EU 지원 금액만큼 다른 회원국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영국의 EU 탈퇴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경제의 큰 축인 유럽 경제가 흔들리면 한국 경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로존과 관련한 금융시장의 불안이 서서히 가라앉는 추세였는데 그렉시트는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근태 연구원은 “시장 참가자들이 유로존 해체 문제가 계속 시장 불안요인이 될 것이라고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당장 파급 효과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과 FTA 협상을 새로 맺어야 하는 것도 고려할 요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김준엽 연구원은 “한국이 EU와 FTA를 맺은 상황이기 때문에 브렉시트 영향은 단기간에 그칠 전망”이라며 “다만 영국과는 FTA 협상을 새로 진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지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영국이 EU에서 떨어져 나가면 FTA 혜택을 볼 수 없어 한국의 대(對)영국 무역 관련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영국의 대(對)한국 수출과 수입액은 각각 55억7500만파운드(9조4000억원·13위), 31억8500만파운드(5조3000억원·23위)로 집계됐다.
반면 한국 증시는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정긴축에 찬성하는 보수당이 정권을 잡게 되면 영국중앙은행의 완화정책을 유지할 것이고 이는 영국 자금이 한국 증시로 흘러들 가능성을 높인다. 영국 투자자들은 지난해 8월부터 7개월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가다가 3월 순매수세(4131억원)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