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7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이 ‘살얼음 승부’ 예상을 뒤집고 완승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BBC 등 방송사들이 투표 마감 직후 발표한 출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수당은 316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와 제1당으로서의 입지가 확실해졌다. 보수당과 손잡고 연립정부를 구성했던 자유민주당은 10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출구조사 결과대로라면 57석이던 자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47석을 잃는 셈이다. 노동당은 239석으로 제2당에 머물 전망이다.
보수당이 각종 여론조사기관의 모든 예상을 깨고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던 배경은 먼저 보수층의 결집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재정적자 축소, 국민건강보험(NHS) 예산의 증액을 내세우다 총선 일주일 전 “5년간 증세하지 않겠다”는 승부수까지 던졌다. ‘부자증세, 서민감세’를 기치로 내건 노동당과 막판까지 첨예한 대결이 이어졌다. 막판까지 계속된 보수당과 노동당의 치열한 접전에 따른 정권 교체 불안감으로 보수당 지지층이 뭉친 것으로 풀이된다.
스코틀랜드의 변심도 승리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출구조사 결과 노동당 텃밭이던 스코틀랜드 지역 59개 의석 중 1석을 제외한 58석을 스코틀랜드독립당(SNP)이 휩쓸었다.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을 타고 SNP에 몰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비록 지난해 시행된 주민투표가 부결로 끝나 독립이 좌절되기는 했지만 분리 독립을 지지하는 주민의 정서가 여전하다. SNP가 그동안 거뒀던 최고 성적은 1974년 총선에서 얻은 11석이다.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는 SNP의 결과에 대해 “영국에서 민족주의가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근본적인 요인으로는 경제 악화로 유럽 전반에 퍼진 우경화 현상이 거론된다. 영국 국민 다수가 경제 문제를 다루는 데는 노동당보다 보수당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유럽에서는 높은 실업률 등 거듭된 경제 침체와 이민자 급증 문제가 불거지면서 ‘반(反)유럽연합(EU), 반(反)이민’ 정서가 확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EU 탈퇴(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시행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총선에 대해 “노동당이 승리하면 경제가 위험에 빠지고 보수당이 승리하면 유럽이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영국 의회 역사상 최대의 초박빙 승부를 관측했던 이번 총선에서 예상을 뒤집는 결과가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출구조사의 신뢰성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커티스 교수는 그러나 “총선 결과를 정확히 예측한 2010년과 같은 방식으로 이번 출구조사를 시행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