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토야 그레이엄이 시위대에 참여한 아들 마이클 싱글턴을 훈계하는 모습 [영상=WMAR]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볼티모어 폭동 당시 시위대에 오른 아들의 따귀를 사정없이 때리며 끌어내린 한 ‘앵그리맘’의 행동이 미국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아들을 마구 패는 폭력성이 과연 옳은지, 폭동을 야기한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 등 구조적 문제보다는 폭동의 원인이 흑인의 비행에 있다는 식으로 호도되는 게 아닌지 등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아들은 검은색 복면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어머니 토야 그레이엄은 단번에 알아보고 사정없이 머리를 때리더니 “전기총에 맞고 싶냐”며 도망가는 아들을 끝까지 따라가 끌고 간다.
그레이엄은 ABC 방송에 “우리 애가 그레이처럼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는 경찰에 압송된 뒤 일주일 만에 사망해 볼티모어 폭동을 유발한 희생자다.
그레이엄의 이런 행동을 두고 앤서니 배츠 볼티모어 경찰국장은 “자기 아들을 책임질 줄 아는 부모가 더 많으면 좋겠다”고 치켜세웠다. 그레이엄의 아들 훈계 장면은 온라인상에 삽시간에 퍼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적절치 못한 훈계였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저널리스트이자 아메리칸대 미국사 부교수인 스테이시 패튼은 지난달 29일 워싱턴포스트(WP)에 보낸 기고에서 “그레이엄의 폭력적 행동은 ‘내 흑인 아들이 우월한 백인에 저항하지 않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친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아이를 때려서 시위현장에서 끌고나간다고 해 미국사회에서 흑인 청소년이 살아남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패튼은 “모정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레이엄을 칭찬하는 것은 ‘흑인 청소년들이 천성적으로 범죄적이고 문제가 많으며 통제되지 않는다’는 믿음을 반영할 뿐”이라며 “폭력은 트라우마를 깊게 하며 아이들을 폭력적 행동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즉 그레이엄의 행동이 흑인의 경제·교육적 기회부족과 인종차별, 흑백 간 소득불균형 등 사회적인 문제를 가리고 폭동이 순전히 흑인들의 문제인양 보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리노이주 올니시에 산다는 아트 코사트카는 6일 WP에 “매우 퇴행적인 기사”라며 패튼의 기고문을 비판했다. 그레이엄의 메시지가 억압체제에 반항하지 않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해석한 것은 오역이며, 폭동을 일으키지 않도록 부모가 가르쳐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볼티모어 폭동 사태는 지난달 12일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가 경찰의 불심검문에 체포된 후 경찰 호송차량에서 원인불명의 심각한 경추 손상을 입고 중태에 빠져 결국 사망하면서 촉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