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애의 맛’(감독 김아론) 개봉에 즈음해 최근 아주경제와 만난 강예원은 평범치 않은 작품들을 넘어 가장 평범한 고민을 안고 있는 여배우의 모습을 보였다.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는 끌리지 않아요. ‘내 연애의 기억’이 좋았던 것도 로맨틱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스릴러였다는 점이었어요. 제가 연기 했을 때 지루하게 나오지 않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제가 본 저의 장점에 대해 고민하고 그것들을 작품에 투영했어요. ‘내 연애의 기억’이나 ‘연애의 맛’은 다행히 시나리오에서 제가 보여 줄 수 있는 여지가 많았어요.”
“무난한 영화는 잘 안 당겨요. 뻔한 영화에는 흥미를 잘 못 느끼는데 콘셉트가 재밌으면 눈길이 가요. ‘뭐지?’ 싶은 거예요. ‘연애의 맛’ 같은 경우도 비뇨기과 의사잖아요. 의사라는 방패를 내세워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었어요. 용서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어서 겁 없이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시사회 당시 떨면서 봤어요. 여성 관객들에게 성 소재의 영화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잖아요. 그런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장면들은 더 유쾌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이제 코미디를 만들어 내는 법을 터득했을 것 같아요”라고 물으니, 강예원은 “터득보다는 불편한 개그를 빼다 보니 리얼한 웃음이 나오는 것 같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평소에도 제가 웃음에 조금 까다롭거든요.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은 적이 별로 없어요. 리얼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웃음을 좋아해요. 예능 출연 전에는 예능을 잘 보지도 않았ㅇ니요. 방법을 터득했다기보다 제 안에서 불편한 개그를 빼다 보니까 웃긴 상황이 아니면 아예 시도하려고 하지 않게 돼요. 제가 코믹한 모습을 더 보여 드리려 할수록 재미가 없어진다는 걸 알거든요. 좋은 시나리오를 열심히 따라가다 보면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조곤조곤 진지하게 답변하는데도 웃음이 난다. 그가 예능프로그램에서 만들어냈던 웃음과 다르지 않다. “제 안에 웃게 만드는 바이러스가 있는 것 같다”며 친구들과의 일화에 대해 열심히 설명한다.
“여자 애들이 자꾸 귀엽다고 하는데, 어떨 땐 기분 나쁘기도 해요. 얘네가 날 놀리나. 그러고 보면 저는 남자들보다 여자들이랑 더 친한 것 같아요.”
긴 이야기의 끝, 강예원이 내린 결론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남자 친구들보다 여자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에 대한 수긍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김예원이 여성 팬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전 그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여자 팬 분들이 사실 티켓 파워가 더 있거든요(웃음). 여자 분들은 혼자 영화를 보더라도, 좋아하는 사람이 출연하는 영화를 보시곤 하니까요.”
매사에 솔직하고 적극적인 태도. 다소 멋쩍을 수 있는 표현들을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 “표현은 하나의 방식”이라고 외친다. 고맙고,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꺼내는 그에게 “이런 솔직한 표현들이 연기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맞아요. 감정 표현이 많으면 연기 외에도 그냥 일상생활에서도 좋아요.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주위 사람들과 크게 안 좋았던 일이 없거든요. 미워하는 사람도 없고요. 그게 좋다,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하는 덕분인 것 같아요. 반대로 싫다, 짜증난다 이런 말은 잘 안 해요. 그건 영화와도 연결돼요. 흥행이 잘 안 됐다고 우울하거나 기죽지 않아요. 어떻게 매번 잘 되겠어요. 그냥 저는 내 자리가 어디에 있든 그 자리에 처해진 것에 최선 다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에요.”
평범하지 않은 배우의 가장 평범한 고민. 강예원은 결혼에 대한 고민과 연애관에 털어놓으며, 이따금 소녀처럼 수줍어했다.
“‘연애의 맛’ 시사 후 괜히 뭉클하면서 설레더라고요. 찍을 때보다 훨씬 더 그랬어요. 영화를 보고 나니 ‘이러다가 연애 못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올해 타로를 봤는데 새로운 것이 시작될 거라고 하더라고요. 일단 일을 열심히 하고 몇 년 뒤에 결혼하래요. 알아서 왕자님이 나타난다고요. 나에게도 진짜 짝이 오려나 보다 하는 생각도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