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5조원대 투자자-국가소송(ISD)의 첫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 론스타를 대리하는 로펌이 윤용로(60) 전 외환은행장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과 외환은행장을 지낸 윤씨가 정부 반대편에 선 모양세라 논란이 예상된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씨는 최근 법무법인 세종에 고문으로 취업했다. 세종은 윤씨가 금융기관 인수합병, 금융지주회사, 증권 분쟁 등의 업무에 관여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통상 로펌 고문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사건에서 조언자 역할 및 로비스트 활동도 겸한다.
이후 윤씨는 기업은행장을 거쳐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외환은행장을 지냈다. 2011년 론스타 추천으로 외환은행장에 오른 그는 론스타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경력은 ISD 쟁점과 무관치 않다.
론스타는 금융당국 승인이 늦어지는 사이 세계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돼 HSBC와의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고, 뒤늦게 하나금융과 더 나쁜 조건으로 계약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론스타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부당한 양도소득세를 부과받아 매각 대금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청구한 금액은 총 5조1328억원에 달한다.
윤씨는 이 같은 사안을 잘 알 수 있는 핵심 관계자다. 또 ISD에 증인으로 설 수 있는 전·현직 금융당국·업계 관계자들과 개인적 친분도 있다.
ISD의 대부분 절차가 극비리에 진행되는 가운데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최근 연설에서 "한덕수, 전광우, 김석동 등 전직 고위 경제관료들이 ISD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라고 폭로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윤씨 취업에 관해 "윤씨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내부 문제에 관해 많이 아는 사람"이라며 "론스타 측 로펌 취업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무법인 세종 관계자는 "윤 고문은 소송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며 "세종에서의 역할, 영입배경은 금융분야에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고문으로서 조력하기 위함"이라고 해명했다.
2012년 11월 제기된 ISD의 첫 재판은 이달 15일 미국 워싱턴DC 국제투자중재센터(ICSID)에서 열린다. 중재 재판부 판정은 재판이 모두 끝난 뒤 1∼2년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