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파4, 내일은 파5홀’
남자골프 시즌 둘째 메이저대회는 오는 6월18∼21일 미국 워싱턴주 유니버시티 플레이스의 챔버스 베이GC에서 열린다. 이 곳은 미국 서북부 해안이며, 코스는 스코틀랜드의 링크스코스 스타일로 만들어졌다. 18개홀 플레이선상에 나무는 단 한 그루가 있고 물은 거의 볼 수 없다. US오픈 개최지로는 아주 예외적인 코스다.
그런데 더 특이한 것이 있다. 이 대회를 주최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의 마이크 데이비스 사무총장은 대회를 약 50일 앞두고 27일(현지시간) 열린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코스 자체도 예년 대회코스와 다르지만, 올해 코스 셋업은 더 달라질 것”이라며 “흔히 하듯 대회 전에 캐디와 함께 와 연습라운드 한 두 차례 하고, 야디지북에 메모하는 행태로는 우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컨대 “더 연구하고 많이 준비하며, 상상력을 발휘하고 세세한 전략을 짜는 선수만이 우승의 길에 들어설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코스는 파가 70이다. 전장은 그날그날 달라지며 7200∼7600야드에서 운용된다.
특이한 것은 1번홀과 18번홀의 파가 날마다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원래 1번홀은 파4, 18번홀은 파5이나 이번 대회에서는 1번홀이 파5, 18번홀이 파4가 되는 날도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두 홀의 파 합계는 9를 유지하며, 전체 파 70은 변화가 없다. 이를테면 1라운드 때 1번홀을 파4, 18번홀을 파5로 하고 2라운드에서는 1번홀을 파5, 18번홀을 파4로 한다는 구상이다. 물론 그에대비해 스코어카드도 만들어 놓아야 할 것이다.
두 홀중 파5가 되는 홀은 ‘리스크-리워드 홀’이, 파4가 되는 홀은 ‘롱 파4’가 될 것이라는 설명도 따른다. 한 홀이 날에 따라 파가 달라지는 식으로 셋업되는 것은 US오픈 사상 처음이다. 다른 대회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선수들로서는 두 경우의 수에 대비해 연습해야 하고 공략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만큼 머리를 써야 한다.
데이비스 사무총장은 “두 홀은 파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드라이버샷 낙하지점이 완전히 달라진다. 물론 그에따른 퍼팅 그린도 대담하게 셋업된다.”고 설명했다.
특이한 것은 또 있다. 티잉 그라운드를 평평한 곳이 아니라 경사진 곳에 설정하겠다는 것이다. 데이비스 총장은 “티잉 그라운드는 평평한 곳에 설정돼야 한다는 것이 불문율이다. 그러나 올해 US오픈에서는 업힐이나 다운힐, 심지어 사이드힐인 곳에 티잉그라운드를 만들겠다. 그런 곳에서는 선수들이 무작정 티를 꽂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티샷을 해야 할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 재미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코스는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가 설계했다. 데이비스 사무총장은 “설계가가 융통성있고 상상력 넘치는 코스로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도 그에 따르려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챔피언 마르틴 카이머(독일)는 “이달초 마스터스에 온 설계가를 만났는데 그는 내게 ‘많은 전략과 준비가 필요한 코스’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올해 US오픈에 한국(계) 선수로는 재미교포 케빈 나와 아마추어 양건만 현재까지 출전이 확정된 상태다. 배상문(캘러웨이) 노승열(나이키골프) 최경주(SK텔레콤)가 출전하려면 세계랭킹을 60위까지 끌어올리거가 지역예선을 통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