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 예정된 아베 총리의 미국 연방 상·하원 합동연설 내용에 따라 동북아 외교 판세가 요동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아베 총리가 미 의회연설이나 8월 종전 70주년 담화(아베담화)에서 과거사 반성을 명시한 무라야마 담화를 비롯해 역대 일본 내각이 표명해왔던 역사인식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요청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가 제대로된 사과 메시지를 연설문에 담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 각료들이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단행한 것도 우리 정부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 같은 일본 정부의 태도에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23일 미 민주·공화 의원들 25명은 아베 총리의 과거사 사과를 촉구하는 집단 성명을 작성하는가 하면, 워싱턴 내 한국·미국·중국·대만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 일본의 역사왜곡 행태를 규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은 공개적인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서도 중국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강화하는 등 새로운 동북아 외교관계를 통한 우회적인 돌파구를 찾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기간 동안 아베 총리는 반둥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만나 양자회담을 갖는 등 양국 간 관계 개선에 주력했다. 이는 일본이 중국에 손을 내밀며 동북아 외교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는 시도로, 우리 정부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형국이다.
아베 총리와 시 주석의 관계가 돈독해지면 일본이 우리 정부 목소리에 귀 기울일 가능성이 낮다. 이 때문에 만약 아베총리가 기대 이하의 의회 연설을 내놓을 경우 ‘우리정부만 외교적 고립에 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우리 정부의 ‘투 트랙’ 대일 외교 방식도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역사문제와 안보·경제 문제를 별개로 다룬다’는 정부 외교 방침이 아베 총리의 방미 발언에 대한 우리의 대일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만약 미국이 과거사 반성이 빠진 연설을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면 우리 정부의 대일외교가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