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더할 나위 없었던 김혜수·김고은 ‘차이나타운’

2015-04-2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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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를 보실 독자는 프로이트 부분까지만 읽기를 권장합니다.

[사진=영화 '차이나타운'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배우 김혜수와 김고은이 ‘모녀’지간으로 만났다.

김혜수, 김고은이 주연을 맡은 영화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제작 플룩스픽쳐스)은 지하철 보관함 10번에 버려진 일영(김고은)이, 오직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에서 보스 엄마(김혜수)를 만나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엄마는 일영을 비롯해 자신의 필요에 의해 아이들을 거둬들이고 식구를 만들어 차이나타운을 지배한다. 엄마에게 없어서는 안 될 아이로 자란 일영은 어느날 엄마의 돈을 빌려 간 악성채무자의 아들 석현(박보검)을 만나면서 냉혹한 차이나타운과 달리 따뜻하고 친절한 세상을 알게 되면서 변화하기 시작한다.
 

[사진=영화 '차이나타운' 스틸컷]

김혜수, 김고은 외에도 엄태구(우곤), 박보검, 고경표(치도), 이수경(쏭), 조현철(홍주), 조복래(탁) 등이 영화에 매력을 더했다. ‘차이나타운’은 영화 ‘사이코메트리’의 각본을 쓴 한준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차이나타운’에는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의 ‘엘렉트라 콤플렉스’가 반영돼 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여성형으로 불리는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소포클레스와 에우리피데스의 동명 비극을 분석해 만들어낸 개념이다.

엘렉트라는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의 딸로 아버지가 왕비이자 자신의 어머니인 클리타임네스트라와 그녀의 정부인 아이기스토스의 손에 살해되자 동생 오레스테스와 함께 어머니와 정부를 살해함으로써 결국 복수를 하고 만다.

프로이트는 여아가 아버지의 남근을 선망하는 과정에서 엘렉트라 콤플렉스가 형성된다고 분석했다.

엄마와 일영의 관계는 신화 속 인물구도와 비슷하다. 엄마는 원피스를 사서 입는 일영이 석현 때문에 흔들린다는 것을 알고, 빚을 핑계로 석현을 제거한다. 일영은 자신과 차이나타운에는 없는 밝고 보편적인 석현을 선망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일영은 엄마를 뛰어 넘는다. 엄마는 일영을 위해 희생한다. 일영은 엄마의 옆구리를 찔러 다음 세대의 시작을 알렸다. 이 부분에서 엄마는 예수와도 동일시된다.

로마 병사 ‘롱기누스’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있을 때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창으로 옆구리를 찌른다. 이후 세상은 예수 탄생 전과 후로 나뉘게 된다. 즉, 엄마가 죽음으로써 일영이 뒤를 잇는 것과 같다.
 

[사진=영화 '차이나타운' 스틸컷]

‘차이나타운’의 가장 큰 볼거리는 김혜수의 연기. 대한민국 톱 섹시 배우로서의 아름다움을 버리고 분장을 통해 툭 튀어나온 배, 펑퍼짐한 엉덩이, 기미로 가득한 피부, 차가운 이미지를 뿜어내는 엄마로 완벽하게 분했다.

김고은은 자신의 모든 출연작을 대표작으로 만들 기세다. ‘은교’로 혜성처럼 나타난 김고은은 ‘몬스터’에서 여배우로서 불가능할 것 같은 액션을 소화했으며 ‘차이나타운’에서도 차세대를 대표하는 일영을 맡아 김혜수에 버금가는 카리스마를 뽐냈다.

고경표의 악역 변신도 성공적이다. 워낙 코믹 이미지가 강했던 고경표라, 건들거리는 첫 등장에 관객들은 실소를 참지 못하지만 이내 입을 다물게 된다. 웃음기를 싹 뺀 악역다운 악역이었다.

‘인간중독’에서 헌병대 준위 역을 맡아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엄태구는 이번에도 역시 중독성 강한 보이스와, 눈빛, 몸짓 연기로 관객들에게 각인될 전망이다.

저능아로 등장하는 조현철의 연기는 ‘길버트 그레이프’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생각나게 만들 정도였다. 다수의 독립·단편영화에 출연한 경력이 있는 조현철의 물오른 연기에 충무로에 새로운 바람이 부는 것은 아닌지 기대감이 생긴다.

tvN ‘호구의 사랑’에서 이목을 집중시킨 이수경도 성공적인 스크린 데뷔로 평가받을 전망이다. 분량과 상관없이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빛을 발한 조복래와 이대연의 호연 역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박보검은 스스로 조금 답답했을 것 같다. 어둠 속에 있는 일영에게 햇빛을 비춰주는 역할이니 어쩔 수 없지만, 극에 가까운 선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오히려 어렵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박보검이 없었다면 김고은의 일영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을 것.

마지막으로 일영의 아역으로 등장하는 김수안의 연기는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다. 연기가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다.

스토리, 연출, 연기 등 영화의 완성도는 매우 수려하지만, 대중성에 있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개봉(23일) 외에도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이 흥행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지만, 장준환 감독의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가 239만 4400여명의 관객을 끌어들인 전례를 생각한다면 ‘차이나타운’ 역시 기대해볼만하다. 오는 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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