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휘말린 이완구 국무총리가 20일 중남미 순방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국정이 올스톱 되는 위기를 맞고 있다.
박 대통령은 오는 27일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에 이 총리의 사의를 수용하고, 후임 총리 인선에 착수한다는 방침이어서 대통령도 총리도 없는 최악의 국정공백 상태가 적어도 1주일 가까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 총리는 당초 박 대통령이 귀국할 때까지 총리직을 수행한다는 의지가 강했지만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사그라지지 않는데다 야당이 해임건의안 제출 방침을 공식화하고 여당마저 자진사퇴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조기 사퇴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들 역시 박 대통령이 이번 순방 출국 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청와대에서 만나 이 총리 거취에 대해 "귀국 후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을 놓고 이 총리에게 사실상 자진사퇴의 기회를 준 것이라고 판단하는 기류가 강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성완종 파문'에 연루돼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 사퇴 압력을 받아온 이 총리는 지난 2월 17일 공식 취임한 지 두달여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돼 사실상 역대 최단명 총리의 불명예를 안게 됐다.
박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두 번째 방문국인 페루에서 이 총리의 사의표명과 관련해 보고를 받은 뒤 "매우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며 "이 일로 국정이 흔들리지 않고 국론분열과 경제살리기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내각과 비서실은 철저히 업무에 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검찰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확실히 수사해 모든 것을 명백히 밝혀내 주기 바라고 지금 경제살리기가 무엇보다 시급한 만큼 국회에서도 민생법안 처리에 협조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총리의 사의 표명 다음날인 21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긴급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귀국 직후 곧바로 이 총리의 사의 절차를 밟는다해도 차기 총리 후보 지명, 국회 청문회 절차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당기간 국정 파행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검찰 수사가 자원외교비리 수사에서 '성완종 리스트' 에 이름을 올린 박근혜정부 실세 인사들의 정치자금 및 금품 수수 의혹 수사로 방향을 틀면서 사실상 2012년 여야의 불법대선자금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국이 '시계 제로'의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되면 집권3년차인 올해 상반기 내 핵심 국정과제인 공공부문 개혁과 경제활성화 법안에 대해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내겠다는 박 대통령의 국정 구상에도 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