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평택) 이소현 기자 = 아파트 13층 높이, 축구장 22개 규모인 자동차운반선 글로비스 센츄리호 갑판에서 평택항 부두를 내려다보니 지상에서 가늠할 수 없던 위용이 느껴진다.
비닐 커버를 입고 공장에서 갓 나온 소형차, SUV 등 가지각색 자동차 수십만 대는 끝을 모르고 줄지어져 있었다. 세계 곳곳에서 번호판을 달아 줄 주인을 만나기 위해 기아차 모닝(수출명 피칸토) 수십여대는 선박 안으로 일사불란하게 들어와 제자리를 찾았다.
불모지에서 시작한 자동차 산업은 한국의 경제적 영토를 넓혀준 일등공신이 됐다. 한국은 중국, 미국, 일본, 독일에 이은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이다.
자동차 수출입의 중심에 평택항이 있다. 한국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세계로 날개 돋친 듯 팔릴 수 있었던 것은 규모에 맞는 물류 시스템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처리량은 총 635만대로 평택항은 이 중 151만대(24%)를 처리해 국내 항구 가운데 최고를 기록했다. 세계적으로도 세 번째에 해당하는 규모다.
평택항은 지리상으로 중요한 요충지다. 수도권과 근접해 있고 자동차 대국인 중국과 3위 일본이 주변에 있어 거점항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인근 기아차 소하리, 화성공장, 현대차 아산, 쌍용차 평택 공장 물량을 바로 처리할 수도 있다. 특히 기아차는 평택항 4, 5 부두를 운영 중이며 전체 수출 물량의 70%가 거쳐가기 때문에 중요한 물류 중심지로 꼽는다.
평택항은 기존 4개 부두에서 현대글로비스가 자동차선 전용부두 1개를 추가로 건립하게 되면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국내 자동차 수출물동량이 최근 7년간 연평균 3%대의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평택항의 증가율은 10%대에 육박하고 있어 현대글로비스가 신설하는 자동차선 전용부두의 전망은 밝다는 분석이다.
현대글로비스는 2010년 15% 수준에 그쳤던 비계열 물량을 45%(2014년)으로 3배 이상 늘렸다. 자동차선 규모도 2010년 23척에서 지난해 59척까지 2.5배 이상 키웠다. 저력을 바탕으로 올해 현대글로비스는 폭스바겐, GM, 포드 등 비계열 물량 확보와 2017년 하반기 예정인 부두 운영으로 210억원의 추가 매출계획도 세웠다.
양뿐만 아니라 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평택항 물류기지에서는 고객 인도 전 출하검사(PDI), 방청 작업 등을 진행한다. 이날 방문한 평택항 물류기지에는 유럽으로 수출하는 모닝을 최종 점검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수출지역 날씨를 고려해 방청작업을 거쳐 차체에 녹이 스는 것을 방지하는 작업도 했다.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은 “완성차 해상 운송 네트워크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항만 하역과 운영 능력을 갖춰 도약을 발판을 마련했다”며 “자동차 전용 부두에서 처리하는 물량의 60% 이상을 포드 등 외부 자동차 기업에서 수주할 것”이라고 청사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