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은 대중매체에서 차용한 이미지를 무수히 반복 프린트해 벽지와 네온 설치작업으로 시선을 뺏는다. 화려한 이미지 패턴으로 관람객을 현혹하면서 패턴화된 이미지를 통해 비판적 시각언어를 전염시키는게 이들의 목적이다.
팝적인 패턴과 원색의 현란함으로 무장한 이들, 아바프의 현란함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6전시실을 점령했다. 패턴과 패턴을 구성하고 중첩시켜 대중문화에 얼히고 설킨 우리의 삶의 관계를 보여준다. 문화, 정치, 성, 국가 정체성에 대한 비판적 시선과 태도를 엿볼수 있다.
14일 개막한 이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마련한 '인터플레이'다. '현장제작설치'라는 부제를 달고 미술의 경계가 어떻게 확장되는지, 문화적 잡종성의 개념을 조망한다. 벽지, 형광등, 빨대, 끈 등 일상용품이 작가들을 만나 어떻게 상호작용(Interplay)하는지를 살펴볼수 있다.
회화와 조각과 같은 미술의 고유영역에서 출발하여 건축 및 디자인 영역으로 확장하고 협업하는 국제적 예술가 4인/4팀의 작품을 전시했다. 제6전시실을 시작으로 이어진 네 개의 방으로 구성된다. 개별 프로젝트들은 하나의 작품이면서 무대이고 동시에 워크숍과 퍼포먼스를 위한 무대로 펼쳐진다.
전시장 지하 3층으로 내려가면 선풍기같은 네온 조명이 천장에서 쉴새없이 돌아간다.
한 때 TV 수리공이기도 했던 호주작가 ‘로스 매닝’의 '스펙트라'라는 작품이다. 형광등, 모터 팬, 전선 등 일상의 흔한 사물들로 제작된 단순하면서도 우아하게 움직이는 키네틱 조각이다. 빛의 3요소인 빨강(R), 초록(G), 파랑(B)에 노랑을 더한 형광등은 끝에 달린 모터 팬으로 작동되며 임의적인 회전을 통해 다채로운 빛의 합성을 보여준다.
천장에 그물망처럼 설치되어 마치 구름처럼 보이는 건 수천 개의 플라스틱 빨대를 이용해 만들었다.그 아래 둘둘 말은 장판지와 한지를 바위와 호수로 표현됐다. 허난설헌의 시 '유선사'에서 따온 작품은 선과 색채로 이루어진 2차원 회화를 공간으로 확대시킨 작업이다.
신발을 벗고 봐야하는 오마키 신지의 '리미널 에어 -디센드'는 하얀벽처럼 막혀있다. 높은 대기의 공기가 하강하는 모습이나 구름이 소멸되기 직전의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흐름을 시각화했다고 한다. 일본 전통 매듭방식으로 제작된 수 만개의 백색 끈이 서로 다른 길이로 곡선의 밑면을 이루며 매달려 있다.
작가는 사색과 중개(매개)의 공간의 역할을 하는 일본 전통 건축과 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제작했다. 이 작품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볼 수 있다. 여성 관람객에는 하얀 마스크를 제공한다. 백색끈으로 화장이 지워질까 염려한 미술관측의 배려다.
'인터플레이'전을 기획한 최흥철 학예연구사는 "이 전시는 미술창작의 조건 변화와 이에 따르는 예술가 자신들의 태도가 지금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그리고 변화하는 사회에서 재정립되는 예술형태를 볼수 있다"면서 "장르 간의 융합을 통해 시각 중심적 이미지 예술에서 3차원의 공간으로 나아가 관람객이 공감각적 세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전시는 8월23일까지. 02-3701-9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