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Talk] "부스비 내라" 화랑의 갑질

2015-03-2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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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4일 열린 화랑미술제는 지난해보다 활기가 돋았다. 87개 화랑이 참여해 590점을 판매 약 38억5000만원어치 매출을 올렸다고 화랑협회가 밝혔다.]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지난 21~24일 열린 화랑미술제에 참여했던 K작가는 '웃기는 일'을 당했다며 털어놨다.  모 화랑이 화랑미술제에 참가를 권하며 부스비 240만원을 내라고 했다. 만약 작품이 판매되면 50%를 주겠다고 했다.  K작가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다행히 다른 화랑이 초대했다. 작품만 들고 출품한 K작가는 대박이 났다. 수천만원어치 작품이 팔렸다. 화랑도, 작가도 설렜다. 작품판매비는 화랑의 룰대로 5:5로 기분좋게 나눴다.  K작가는 운이 좋았을까.

 A작가는 그런일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했다. 아트페어 참여를 미끼로 작가에게  부스비를 요구하고, 심지어 작품판매액 배분까지 50%를 요구하는 건 웬만한 작가들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했다.

 해외아트페어 참여는 더 심하다고 했다.  A작가는 "이전에 해외 진출의 꿈을 품고 모화랑을 소개받았는데, 항공운송료 등의 추가비용 발생을 이유로 부스 참가비에 판매액의 60%를 요구 받은 적이 있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같은 일은 화랑의 갑질횡포다. 화랑미술제의 경우 화랑협회에서 부스비의 50%를 지원한다. 6m크기 부스비가 평균 500만~600만원이지만 화랑은 220만원을 부스비로 낸다. 화랑은 부스비를 내고 작가들을 초대해 작품을 팔고 그 판매금을 평균 5:5로 정산하는게 관행이다. 

 또 해외아트페어에 진출하는 경우 정부에서 (신청)화랑에게 지원금을 주고 있다. 화랑이 국내 작가를 해외에 소개한다는 이유로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예산이 지원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화랑은 꿩먹고 알먹는 심보다. 전시 발표 기회에 목말라하는 작가심리를 악용해 부스비도 챙기고, 작품비도 챙기는 '장삿꾼' 수완때문에 작가들만 아프다. 또한 그렇게 돈을 내고 참여했는데 작품판매 대금을 화랑에 더 높게 잡거나 늦게 지불해 작가들 애를 태우기도 한다.

 화랑협회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다.  "결산 심의 과정에서 이런 일부 화랑들의 횡포에 따른 지적이 나와 개선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

 화랑협회 관계자는 "화랑미술제에서 어떤화랑이든 부스비를 작가에 받는다는 건 있을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만약 그런일이 발생하면 부스를 몰수하고, 내년부터 참가를 제한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규정까지 있다는 건, 작가들이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말을 반증한다. 일부 악덕 화랑의 몹쓸 관행이라지만, 화랑 스스로 뼈를 깎는 자정의 노력이 필요하다.  화랑협회 박우홍회장은 1차시장인 화랑의 역할을 뺏아간 저인망식 경매를 펼치는 경매사를 지적했다. 하지만 화랑이 '장사꾼'이 되면 경매사와 경쟁은 커녕 도태될수 밖에 없다. 철저한 내부 단속이 필요하다.

 화랑이 건강하고 운영이 잘되어야 미술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각 화랑의 성향에 맞는 작가를 발굴하고 오랜시간 지원ᆞ육성하면서 동반 성장하는 것이 화랑 본연의 순기능이다.

 올해로 45년간 화랑을 운영해온 현대화랑 박명자회장이 좋은 예다.  반도화랑 점원으로 일하다 27세때인 1970년 서울 인사동에 현대화랑을 연 이후 박 회장의 자산은 작가들이다.  25일부터 여는 창립 45주년 기념전은 그동안 함께해온 김환기 정상화 박서보 이우환등 현재 국내미술시장을 이끌고 있는 블루칩작가들 18명의 작품을 전시한다. 100호~300호이상 단색화와 추상화가 걸린 미술관급 규모의 전시는 오랜시간 투자한 화랑과 작가가 상생한 결과다.  

 당장의 눈앞의 이익에 취해 작가들에게 고통을 전가한다면 화랑은 더 이상 화랑이 아니다. 공간 임대업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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