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제공 정황을 담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초대형 태풍으로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과 현정부 실세들에게 돈을 건넸다는 고 성 전 회장의 주장으로 2012년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고,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이 사건을 ‘권력형 게이트’로 명명하고 거센 공세에 나서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틀만인 12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에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검찰로선 정치권의 요청을 받아 '역대급 게이트 사건'을 떠안게 된 셈이 됐다.
검찰은 이날 오후 김진태 검찰총장 주재로 간부회의를 열어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본격 수사에 들어가기로 결정함에 따라 수사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별수사팀의 팀장은 문무일(54·사법연수원 18기) 대전지검장이 맡았다.
구본선(47·23기) 대구 서부지청장과 김석우(43·27기)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도 수사팀으로 투입됐다. 전체 수사팀은 팀장 포함 10여명 안팎으로 꾸려진다.
앞서 김 총장은 지난 10일 대검 간부회의 후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과 성 전회장 수사를 지휘해 온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따로 불러 현재 진행 중인 부정부패 수사를 한점 흔들림 없이 계속해 진행하라고 주문했다. 또한 "메모지의 작성 경위 등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확인하고 관련 법리도 철저히 검토해 그 결과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사망 당일 행적을 꼼꼼하게 재추적하도록 경찰에 보강수사 지휘를 내렸다.
이에 따라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과 탐문 등을 통해 성 전 회장이 사망 당일 강남구 청담동 자택에서 나와 북한산 형제봉 입구 북악매표소 인근 산속에서 목을 맬 때까지의 행적을 시간대별로 파악할 예정이다.
사망 당일 성 전 회장이 경향신문 기자 외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제삼의 인물과 접촉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의 검안 결과 성 전 회장의 사망 시간은 오전 10시 전으로 추정됐다.
이 때문에 성 전 회장의 행적 재구성 작업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망 당일 오전 7∼10시 대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경향신문이 추가로 성 전 회장과의 인터뷰 녹취록이나 음성파일을 공개할 가능성도 있는데다 성 전 회장의 유류품인 휴대전화 2대에서 또다른 증거가 나올 수 있어 검찰의 수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