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후임사장 인선이 파행을 거듭하며 논란이 일던 대우조선해양이 안정을 되찾을 전망이다. 정성립 STX조선해양 대표가 후임 사장으로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반면 STX조선해양은 사장 공백이 현실화 되고 있다. 후임 인선도 어렵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조선업계 초유의 ‘사장 돌려막기’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스스로 인사를 하고, 스스로 당하는 ‘자승자박’이 됐다는 평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0일 오전 9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정성립 STX조선해양 대표를 후임 사장으로 추대했다. 이변이 없는 한 다음달 29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내부 인물이 사장으로 등용되는 전통이 허물어 졌다는 점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노조 역시 이번처럼 산은에서 사장을 선임하는 인사행태가 반복될까 우려하고 있다.
정 후보자의 대우조선해양 사장 내정으로 STX조선해양은 아버지 잃은 고아신세가 됐다.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정성립 사장이 취임하는 5월 말까지 후임 사장 인선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사장으로 선임할 만한 인물찾기가 어려운 것이 이유다. 후임 사장으로 대우조선해양 조직개편으로 밀려난 부사장들을 비롯해 고재호 사장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하지만 업계는 이번 인사파동 중심에 있던 인물들이어서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산은과 연계된 인맥이 사장으로 내정될 경우, 낙하산 인사라는 반발이 확대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1월부터 구본익 부사장이 직무대행체제를 이어가는 성동조선해양처럼 STX조선해양도 임시체제를 이어가며, 조선소간 합병을 유도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이 역시 주력선종이 달라 시너지 창출에 문제점이 있고, 개선세를 나타내는 성동조선해양을 나락으로 끌고 갈 수 있어 반대 목소리가 높다.
STX조선해양의 사장 인선이 지연되면 자칫 '제2의 대우조선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사태가 산업은행의 무리한 눈치보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업 회생을 지원해야 할 채권단이 업계의 특성을 제대로 판단하고 이해하려는 자세부터 결여됐다고 지적한다. 또 기업 회생보다 채권회수에 열을 올리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특히 선박 수주부터 건조까지 2년이 걸리는 업계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히 영업실적이 악화됐다거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내쫒기는 CEO들이 어떤 소신을 갖고 정상화에 나설지 의문시 된다는 주장이다. 이밖에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명목과 배경이 되는 주가상승을 위해 일 잘하던 사장을 뒤바꾸는 것을 이벤트 정도로 삼는 채권단의 악의적 행태도 해결돼야 할 숙제라고 말한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갑’의 위치고, 대우조선해양이 ‘을’이라면 STX조선해양은 ‘병’의 위치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채권단의 뿌리깊은 갑질 관행이 기업을 살리기 위한 조치로 봐야 하는지 되새겨봐야 한다."며 "정치권과 정부는 다시 한번 채권단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