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남중국해 분쟁지역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워왔던 중국과 베트남이 회담을 통해 화해 국면 조성에 나섰다. 다만, 이번 만남은 이념적 화해가 아닌 실리적 화해의 포석으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향후 양국 관계의 향방에 더욱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중국 외교부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을 방문한 응웬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7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 수호에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8일 보도했다.
양국 관계는 지난해 5월 중국이 베트남에 가까운 파라셀 제도 인근에 석유 시추 시설을 설치한 것을 계기로 급격히 냉각됐다. 베트남에서는 반(反)중 시위까지 격화됐고, 양국 선박들이 시추 시설 옆에서 맞붙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영유권 분쟁의 매듭이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나, 갈등이 더욱 격화된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자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의 올해 핵심 경제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의 한 축인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의 구축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시 주석은 중국이 주도하는 21세기 해상실크로드의 건설 프로젝트에 베트남의 참여를 환영한다면서 "양국 협력 지도위원회 매커니즘을 활용, 인프라와 금융 등 여러 분야에서 실무팀을 조직해 경제 합작의 신국면을 이끌어내자"고 강조했다.
응웬 푸 쫑 서기장은 "베트남은 21세기 해상실크로드 건설 참여를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다"면서 "중국과 농업, 제조업, 인프라설비 등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회담 이후 양국은 시 주석과 응웬 푸 쫑 서기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국-베트남 공산당 합작 계획(2016~2020)'을 비롯해 금융, 인프라, 문화, 사법, 세무, 영토수호 등 여러 분야에서 합작 문건을 체결했다.
이날 회담에 앞서 두 정상은 2003년부터 양국 공산당 간에 이뤄진 10여년 간의 교류 협력 성과를 소개하는 전시회를 관람했다.
또 회담 이후에는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 '제15회 중국-베트남 청년우호를 위한 만남' 행사에 참석했다.
시 주석은 연설을 통해 '국민들 간의 깊은 우정은 국가관계 발전의 원천(國之交在於民相親)'이라는 속담을 언급하며 "국민들 간의 우정은 청년들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로 청년들이 양국 교류 발전의 가교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시 주석은 집권 후 3번의 전화통화, 1번의 특사 파견에 이어 올해 정상회담까지 응웬 푸 쫑 서기장과 총 5차례의 소통을 추진했다.
베트남은 영토분쟁 등으로 중국과 대립하면서도 실리적으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 꾸준히 대표단을 파견하며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양국 교류 65주년을 맞아 두 번째로 중국을 방문한 응웬 푸 쭝 서기장은 이번 방중에 베트남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들과 국방부, 공안부 장관, 부총리 겸 외교장관 등 고위인사들을 대거 대동해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으로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베트남에 있어 중국과의 관계는 더욱 큰 의미를 갖게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