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정부가 담배 성분을 분석하고 실험을 통해 담배 연기의 위해성을 평가하는 연구소를 세운다. 담배회사들이 자체적으로 담배에 대해 실험·분석을 실시해 비공개 자료로 가지고 있는 경우는 있었지만 정부가 담배에 대해 분석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르면 오는 8월 '국가흡연폐해연구소'를 질병관리본부 산하에 설치해 금연정책의 과학적 기반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게 할 것이라고 8일 밝혔다.
연구소는 우선 국내에 유통되는 담배의 성분과 첨가물, 배출물(연기)에 대해 분석하는 업무를 진행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담배의 기본 성분 외에도 담배에 첨가된 물질들도 실험 대상"이라며 "실험과 분석을 통해 첨가물들이 얼마나 중독성을 강화하는지, 중독성 때문에 끊지 못하게 하는 물질이 있다면 어떤 물질인지 찾아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 정도를 알아내기 위해 각 담배의 연기가 사람의 몸과 주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연구한다.
혈액, 소변, 모발 등 인체 시료에 담배연기를 노출해 어느 정도 위해성이 발생하는지 측정하고, 먼지 같은 환경 시료를 활용해 담배연기로 의한 환경 유해물질의 노출 수준도 검사한다.
또 실험동물과 동물 세포를 활용해 담배 연기가 암, 심혈관 질환, 감염성 질환, 성장발달장애, 중독성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실험할 계획이다.
연구소에서 나온 실험 결과는 정부가 담뱃값 인상이나 금연구역 확대, 금연치료 지원 등 금연정책을 수행하는 데 과학적 근거로 활용된다.
실험 결과에 따라서는 담배회사를 상대로 진행 중인 소송 등에서도 증거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본부는 "그동안의 정부 조사는 흡연자의 피해를 살펴보는 역학조사에만 머물렀다"며 "흡연이 해롭다고 알려져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실증적인 정보는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연구소 설립은 국제보건기구(WHO)의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가입국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협약에 따라 한국은 담배의 성분을 규제하고 공개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이행하기 위한 정책 인프라는 부족한 상태다.
미국의 경우 국가기관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담배의 성분을 분석하고 흡연의 위해성을 평가하는 실험과 분석을 직접 진행하고 있다.
복지부는 국가 흡연폐해연구소를 통해 CDC의 담배 연구소와 협력하는 한편 WHO의 담배 연구소 네트워크에도 참여해 연구 성과를 공유할 계획이다.